황창규 KT 회장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KT의 경영실적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려도 제기된다. 인건비와 마케팅을 크게 줄여 KT의 흑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황 회장이 KT의 본연사업인 유무선통신사업에서 반등에 성공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KT, 1분기 흑자는 늘었지만
KT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209억 원을 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흑자가 무려 135%나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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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KT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은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을 줄인 덕분이다.
KT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인건비를 1584억 원 가량 낮추는 데 성공했다. 1분기에 마케팅 비용도 670억 원이나 줄었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겸 재무실장은 “통신시장에서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며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를 크게 낮춘 것이 흑자증가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KT가 1분기에 거둔 대규모 흑자에 대한 우려도 내놓는다. 흑자가 늘어난 게 사업을 잘 해서 거둔 성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 취임 뒤 경영난을 겪으면서 56개 계열사를 51개로 줄이고 인력도 대규모로 감원한 효과가 1분기 흑자증가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는 단기효과로 장기간 사업성장 전망을 봤을 때 KT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1분기 매출 5조4364억 원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하락한 수치다.
주력사업인 무선사업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1억 원 증가한 1조8054억 원에 그쳐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객 1인당 수익률 (ARPU)이 높은 LTE가입자 전환율이 1분기 기준 65.3%에 머무른 점도 KT 무선사업 성장정체의 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LTE 가입자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고객 1인당 수익 (ARPU)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경쟁기업인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미 75%를 넘어섰다.
KT는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단통법)의 영향으로 이동통신 신규고객을 대규모로 유치하기 힘들어졌다고 해명했다.
KT의 유선사업은 계속 매출이 줄고 있다. KT의 1분기 유선사업 매출은 1조2949억 원으로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89억 원이나 감소했다.
◆ 황창규 "투자 늘리고 구조조정 지속한다“
더 큰 문제는 KT의 무선사업과 유선사업의 향후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점이다.
무선사업의 경우 KT의 월간 수익이 지금보다 더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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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은 '기가인터넷'이 KT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가 휴대폰 구입 보조금 대신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율을 기존 12%에서 20%로 올리면서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이에 따라 29일 출시된 LG전자 스마트폰 G4의 보조금을 상한액 33만 원에 거의 근접한 32만7천 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보조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수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유선사업도 기가인터넷을 제외하면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KT가 공기업 ‘한국통신’ 시절부터 이어온 이른바 ‘집전화’사업은 거의 사양길로 접어들어 비용만 증가하고 있는 데다 공중전화 부스를 관리하는 데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
황창규 회장은 KT의 이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2조7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또 무선사업에서 LTE전환율을 지금보다 높여 가입자당 수익률 (ARPU)을 끌어 올리기로 했다.
신광석 재무실장은 "LTE 가입자는 올해 말 79%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90%까지 가입자를 늘릴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실적공개와 함께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KT캐피탈 매각작업이 중단된 이유도 설명했다.
KT는 KT캐피탈의 매각을 서두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을 의식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값을 받고 매각하겠다는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신 실장은 KT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KT캐피탈 매각은 입찰자들이 제시한 조건이 적정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매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