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03-29 15: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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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회사들이 ‘복제약(제네릭) 가격제도’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제약사들은 최근 개량신약 등 신약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복제약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 권세창 한미약품 공동대표이사 사장.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27일 발표한 ‘복제약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이 시행되면 국내 제약시장이 점차 대형 제약사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제약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안은 현재 복제약 가격 산정에 적용되는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을 ‘개발 노력에 따른 차등 가격 원칙’으로 변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제약사가 복제약을 개발할 때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과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기존처럼 오리지날 의약품 가격의 53.55%를 국가가 보장해준다. 하지만 조건 가운데 한 가지만 충족하면 45.52%, 모두 충족을 못하면 38.69%만 보장받을 수 있다.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평균적으로 2억 원이 들어 제약사들의 비용 부담은 커진다. 시험을 거치지 않으면 복제약의 판매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복제약 위주의 제약사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이 유한양행, 한미약품과 같은 대형 제약사에게는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형 제약사들은 이미 대부분의 품목에 관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직접 시행해왔다”며 “일부 품목은 필요에 따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추가로 할 수 있겠지만 비용 추가보다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한미약품과 같이 신약 개발에 집중해온 곳은 이번 개편안을 반기고 있다.
복제약이 난립하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막대한 연구개발을 들여 개발한 신약이 제값을 받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기피하고 복제약 위주의 사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신약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의 19%를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국내 제약업계 평균인 9.2%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한미약품은 현재 비만, 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의 분야에서 27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매년 1~2개의 혁신신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신약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국내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도 최근 들어 복제약 위주에서 개량신약 비중을 높이는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
개량신약이란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 약효가 유사하지만 그 약이 효과를 잘 내도록 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추가하거나 제형 등을 바꾼 것을 말한다.
기존 약품을 활용하기 때문에 개발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고 성공 확률도 높다.
유한양행은 과거 복제약으로 외형성장을 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개량신약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2017년 30억 원을 들여 개량신약 전문기업 ‘애드파마’를 인수했는데 올해 개량신약 3~4개가 출시될 것을 예상된다. 또 2018년에는 고지혈 개량신약 ‘로수바미브’로 매출 311억 원을 거두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약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중소 제약사보다는 대형 제약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