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KT 내부에서 차기 회장을 배출하기 위해 후계자 양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후계자 양성으로 정치적 외풍 차단의 굳은 의지
28일 KT 관계자는 “황 회장은 25일 다보스포럼에서 후계자 양성을 위해 사장단들을 대상으로 3월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황 회장이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 시동을 걸겠다는 발언은 다음 회장을 KT 내부에서 배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IBC 윈터미팅에서 만난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오른쪽)과 팀 쿡(Tim Cook) 애플 CEO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T > |
횡 회장은 그동안 KT의 경영권이 외풍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약속을 해왔는데 앞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통해 이를 확실히 이루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의 가동과 더불어 임기 만료 때까지 회장에서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확실히 한 점도 인사 외풍을 막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황 회장은 오래 전부터 KT에 낙하산 CEO가 내려오는 일을 막기 위한 사전작업을 추진했다.
황 회장은 2018년 3월 정관을 개정하면서 CEO 자격에 ‘경영경험’을 ‘기업경영경험’으로 변경했다. 또 CEO가 사내이사 가운데 1명을 추천한 뒤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할 수 있는 ‘복수대표이사제’도 도입했다.
애매한 '경영경험'이라는 기준으로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의 인사가 KT 대표이사 후보에 오를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사내이사인 내부 출신 인사를 대표이사에 올릴 수 있는 길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황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주주총회에서 발표하면서 “이번 변경안은 KT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것은 KT에 처음 있는 일인 만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황 회장이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KT 사장단들이 다방면에서 평가를 받고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KT 후계자 교육 프로그램 과정에서 사장단들의 CEO 자질이 자연스레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황창규 뒤를 이을 후계자로 4명의 사장에 시선 쏠려
현재 KT 사장단에는 황 회장의 측근들 포진해 있고 각자의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2019년 정기인사 때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이 황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만큼 차기 회장후보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 사장은 황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황 회장이 KT에 발을 들인 2014년부터 줄곧 황 회장과 함께 했다.
재무실장(CFO)과 비서실장, 경영기획부문장 등 KT 요직을 거치며 황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때문에 황 회장의 비전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인사로도 평가된다.
황 회장이 KT 대표이사가 된 직후 바로 영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황 회장이 ‘끝까지’ 책임질 인사라는 평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T 안팎에서는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사장이 CEO 후보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사내이사'로 추천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KT 정관에 따르면 KT는 회장(대표이사)을 포함해 사내이사를 최대 3명까지 둘 수 있다. 현재 황 회장을 비롯한
구현모 커스터머앤미디어(Customer&Media) 사업부문장(사장)과
오성목 네트워크 부문장(사장)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현모 사장도 유력 후보 가운데 한명이다.
구 사장은 황 회장 취임 직후 비서실장으로 발탁됐고 경영지원 총괄 등을 맡으며 내부에서 대표적 ‘전략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1등 KT'와 ’기가토피아‘등 황 회장의 KT를 완성하는 데 핵심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1987년부터 KT에서 일한 정통 'KT맨'으로 과거 KT와 KTF 합병 등 그룹 내 굵직한 사안에 관여하며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도 꼽힌다.
현재 구 사장이 맡고 있는 커스터머앤미디어사업부문은 KT 안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부문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구 사장의 이동과 함께 IPTV까지 합쳐져 더욱 힘이 실린 만큼 구 사장을 향한 황 회장의 신임도가 크다는 말도 나온다.
오성목 사장도 KT 내부 핵심 인물로 꼽히지만 이번 KT 아현국사 화재 사태의 책임자로 간주되고 있어 차기 회장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황 회장에게 아현국사 화재 책임자를 가려 문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화살은 사실상 황 회장의 사퇴를 향해 있지만 이번 통신재난에서 황 회장 다음 책임자로는 오 사장이 꼽히기 때문에 입지가 불안할 수 있다.
이 밖에
이동면 KT 융합기술원장(사장)도 유력인사로 꼽힌다. 이 사장은 대표적 연구개발 전문가로 황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황 회장은 2014년 5월 스마트 에너지, 통합보안, 헬스케어 등 KT차세대 융합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핵심기술들을 이끌 인재로 이 사장을 소개했다.
황 회장은 당시 “
이동면 전무는 겨울에 '동면'해 24시간 깨어 있을 것”이라 소개하면서 KT의 차세대 기술을 향한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