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격을 대폭 낮춘 새 QLC(쿼드레벨셀) 공정 기반의 SSD 저장장치를 출시해 중저가 SSD시장을 개척하며 수요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 반도체기업들 사이에서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1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시장에 출시한 QLC 낸드플래시 기반 중저가 SSD에 대체로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전문매체 에이낸드테크는 "삼성전자의 QLC 기반 SSD는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제품과 비교해 강력한 가격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IT전문매체 레드샤크는 "QLC SSD는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저렴한 가격을 고려하면 훌륭한 가치를 지닌 제품"이라며 "SSD시장의 미래에 중요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15일부터 미국 등 주요 국가에 '860 QVO' 시리즈 SSD를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4TB(테라바이트) 대용량 SSD 가격이 600달러로 삼성전자가 이전에 출시한 4TB TLC SSD의 800달러, MLC SSD의 1200달러와 비교해 크게 저렴하다.
MLC는 1개의 반도체 셀(소자)에 2비트, TLC는 3비트, QLC는 4비트 데이터를 저장하는 구조다. 같은 용량의 낸드플래시 저장장치를 생산할 때 자연히 QLC의 생산원가가 가장 저렴하다.
QLC 기반 낸드플래시는 아직 비교적 초기 단계 기술로 성능과 수명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반도체기업들이 아직 주력으로 채용하지 못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QLC 기반 SSD를 업계 최초로 시장에 내놓고 가격도 낮춰 판매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QLC SSD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내년까지 크게 떨어지며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중저가 SSD로 소비자 수요를 대폭 끌어당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QLC SSD의 광고 문구를 ‘당신의 첫 테라바이트급 SSD’로 내세우며 그동안 판매 비중이 낮던 1~4테라바이트의 대용량 SSD 수요를 일반소비자까지 적극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향후 서버용 SSD나 모바일 낸드플래시까지 QLC 공정 적용이 확대되면 반도체 원가 부담이 큰 서버와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적극적으로 탑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버를 포함한 다른 분야로 QLC를 확대적용할 지는 민감한 사안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꾸준히 기술 개발을 진행하며 출시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SSD의 데이터 저장 기능을 총괄하는 컨트롤러 부품 기술력을 통해 QLC의 성능 약점을 최대한 보완한 점도 QLC 기반 SSD 출시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이른 시일에 QLC 공정기술 개발을 마무리한 뒤 내년 하반기에 SSD 등 제품으로 상용화해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인텔 등은 올해 초 QLC 기술의 상용화에 자신을 보이면서 하반기부터 적극적 출시 확대를 예고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익스트림테크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기업이 QLC 낸드플래시의 생산수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고전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의 QLC 기반 '860 QVO' SSD. |
QLC 공정이 기술적 특성상 낸드플래시 생산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도 생산수율이 기존 공정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QLC 기반 SSD의 적극적 출시 확대로 중저가 SSD의 수요를 당분간 독점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모든 반도체기업이 실적 방어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력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기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반면 QLC 공정을 늦게 상용화하는 반도체기업은 가격 하락과 중저가 SSD의 출시로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수익성 확보에 이중으로 고전하게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를 뒤쫓기 위한 경쟁 반도체기업의 QLC 공정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4분기에 약 20%의 하락폭을 보인 데 이어 2019년 연간으로 30% 안팎의 하락폭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