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벙커C유 가격 하락에 힘입어 글로벌 해운사와 치킨게임에서 버텨낼 체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의 연료인 벙커C유의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현대상선은 3분기에 매출 1조4258억 원, 영업손실 1231억 원을 냈다. 2016년 2분기부터 1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상선은 계속된 영업적자를 두고 “매출과 물동량 증가 및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료유 단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1% 상승해 영업손실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현대상선의 운항비용 가운데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벙커C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현대상선이 영업적자 규모를 크게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벙커C유 가격은 15일 로테르담 거래소에서 1톤 당 407달러에 거래됐다. 현대상선이 영업적자 규모를 295억 원 수준까지 줄였던 2017년 2분기 벙커C유 가격이 280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살피면 여전히 매우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같은 거래소에서 10월 말 48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연료유 단가가 100달러 내려가면 700억 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3분기 영업손실이 1200억 원 수준이라는 것을 살피면 유가가 적자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2020년 2분기를 흑자 전환 시점으로 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과 글로벌 대형 해운사의 가장 큰 차이는 원가 경쟁력인데 2020년 새 선박을 건네받기 시작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량 규제가 시작되면 원가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최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상선은 이번에 발주한 컨테이너선을 2020년 2분기부터 건네받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선박을 넘겨받게 되면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현재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선복량이 늘면 두 번 운송해야 하는 양의 화물을 한 번의 운송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운송에 드는 원가도 크게 절감된다.
또 이번에 넘겨받는 20척의 컨테이너선들은 모두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이기 때문에 국제해사기구의 규제에 따라 2020년부터 현재 사용하는 연료보다 1.5배 가까이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하는 글로벌 선사들보다 연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2020년 2분기까지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회사와의 치킨게임에서 버틸 수 있는지 여부다. 글로벌 해운회사는 원가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점을 활용해 컨테이너선 운임을 낮게 유지하며 중소 규모 선사를 고사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벙커C유 가격의 하락세는 이런 치킨게임에서 현대상선이 버티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벙커C유 가격이 톤 당 350달러 수준까지만 내려간다 하더라도 현대상선이 지출하는 분기 유류비는 3분기보다 500억 원 정도 감소하게 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가의 특성을 살필 때 하락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유가가 내려간다면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에는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가는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지만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 또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