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위원장은 관료 출신이면서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적극적 추천으로 금융위원장에 오른 만큼 정통 관료인 김 부총리와 학자 출신인 장 실장의 간극을 메워줄 대표적 인사로 꼽혔던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만큼 국면 전환을 위해 경제팀을 대폭 물갈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금융위원장들도 대부분 당시 경제 위기 및 부실 등에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하는 과정에서 함께 물러나거나 정치권과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원회로 새롭게 세워진 뒤 임명됐던 금융위원장 5명의 평균 임기는 1년10개월로 임기 3년을 모두 채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1대 금융위원장이었던 전광우 전 위원장은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진동수 김석동 신제윤임종룡 전 위원장들도 길어야 2년여 동안 일하다가 교체됐다.
최 위원장은 경제팀 교체설이 불거지기 이전인 7월에 이미 한 차례 교체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평판조회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혁신'과 '재벌개혁' 등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와 함께 최 위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받아들여졌다.
최 위원장이 뚜렷한 색깔이 드러난 혁신적 정책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무색무취' '금융위 패싱' '금융 홀대론' 등의 이야기들이 나돌았던 만큼 청와대가 정책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최 위원장을 교체하려 한다는 말이 당시에 퍼져나갔다.
청와대가 곧바로 사실관계를 부인하면서 잠잠해졌지만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서 최 위원장의 입지를 놓고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최 위원장이 발 벗고 전면에 나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와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을 주도하면서 일부 가시적 성과를 내고 '무색무취'라는 평가를 씻어내는 행보를 보인 만큼 교체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짧은 시간 안에 마땅한 후임을 찾기 만만치 않은 데다 금융위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과제들의 성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는 시기에 수장이 바뀌면 금융위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고 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팀 교체’를 요구하던 자유한국당이 소폭으로 태도를 바꾼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 위기의 책임을 장하성 정책실장 한 명에게 집중적으로 묻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만큼 만일 청와대도 개각의 최소화로 가닥을 잡으며 최 위원장의 유임을 결정한다면 앞으로 최 위원장이 더욱 강한 정책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