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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 후계 구도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 파문 이후 조 부사장이 독주체제를 굳히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2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조원태 부사장을 비롯한 이사선임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 경영전략과 영업부문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3년 임기가 끝나면서 재선임 대상에 올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번 사내이사 선임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원태 부사장은 조양호 회장의 3자녀 가운데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경쟁구도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재벌가 딸 가운데 최초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막내딸인 조현민 진에어 전무도 조 전 부사장 사건 이후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 파문 이후 한진그룹의 족벌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오너 자녀의 세습에 따가운 눈길이 쏠렸다.
조현민 전무가 입사 3년차인 27세에 임원으로 승진해 국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보유한 사실도 새삼 부각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더욱이 조 전무는 언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까지 알려져 호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은 나이나 건강 면에서 후계문제를 거론하기에 이르지만 3남매 경쟁구도로 후계를 대비해 왔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조현태 부사장 중심의 후계구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5일 4985억 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1285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진칼은 2013년 8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조 회장 일가는 한진칼 지분 26.4%를 보유하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진칼의 참여가 관심을 모았다.
증권가는 한진칼의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결정이 지주회사체제 전환 뒤 처음으로 자회사 지원에 나서 책임경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진칼은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 지분율을 6.9%에서 32.8%까지 꾸준히 끌어올렸는데 이번 유상증자 참여가 마무리되면 지분율이 기존보다 더 높아져 지배력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
조원태 부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한진칼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 2.48%를 보유해 조 회장의 15.49%에 이은 2대 주주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도 한진칼 지분 2.48%와 2.47%를 보유하고 있어 3남매의 지분율은 엇비슷하다.
하지만 조원태 부사장이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점은 지분율과 별개로 위상 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지배력을 높이면서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놓고 그룹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점은 경영권 승계에 변수로 남아 있다. 조원태 부사장이 과거 언행과 관련해 도덕적 물의를 빚었던 점도 걸림돌이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 2월 중순에도 조원태 부사장의 인하정석학원 이사직 사퇴를 재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인하대 재단인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에도 이사에 올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