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매출 10억 달러 돌파한 애플TV 재평가  
▲ 팀 쿡 애플 CEO <뉴시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아이폰의 판매가 주춤해 ‘애플왕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직면했다. 하지만 쿡은 뜻밖에 분야에서 애플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애플TV의 매출이 10억 달러(한화 1조1천억 원)를 넘긴 것이다. 애플TV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팀 쿡 CEO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취미가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취미라고 부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애플TV의 달라진 위상은 애플 앱스토어 메인 화면에 애플TV가 추가된 데서도 확인된다. 애플TV는 그동안 아이팟의 하위 카테고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애플TV는 기존 TV처럼 디스플레이가 있는 형태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보는 셋톱박스 모양이다. 작은 사각형 모양의 애플TV를 TV에 연결하면 각종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 콘텐츠를 TV로 볼 수 있다.

99달러짜리 애플TV가 큰 매출을 올린 이유는 애플TV를 통해 영화 같은 콘텐츠들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집계된 10억 달러의 매출도 콘텐츠 매출까지 포함된 것이다.

애플TV의 힘은 지난달 미국의 디즈니가 애플용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데서도 확인된다. 디즈니가 애플TV 시장점유율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욕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전체 디지털 영화 구매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와 20세기폭스 등 대형 영화제작사들은 2년 전부터 온라인 서비스를 했지만 디즈니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굳이 해당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DVD를 구입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내려받고 있다. 영화 대여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이다. 결국 디즈니도 시대적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런 변화를 고려할 때 앞으로 애플TV의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는 4월 애플TV의 신제품이 공개된다. 신제품에 게임 기능도 추가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즐기던 게임을 큰 화면에서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려는 것이다.

애플TV는 영화 등 동영상 콘텐츠와 게임뿐 아니라 TV의 기본 기능인 방송에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TV는 애플TV 내 한국 방송 앱을 통해 생방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타임워너 등 케이블 사업자들과도 협상이 진행중이다.

이에 앞서 팀 쿡 CEO는 지난해 7월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훌루(Hulu)의 수석부사장 피트 디스태드를 새로 영입했다. 그는 훌루에서 케이블TV 업체들과 콘텐츠 협상과 보급 등을 담당했던 핵심인재로 알려졌다. 팀 쿡 CEO는 그를 통해 애플TV의 방송 채널을 늘리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