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사-한의사 갈등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국민안전과 건강에 위해가 없는 범위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의사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사들은 정부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기기 시장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현실화될수록 갈등 깊어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강민규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14일 “6월까지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현대 의료기기 목록과 사용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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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인 삼성메디슨 사장 |
강 과장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위해가 없고 한의과 커리큘럼에 있는 의료기기에 한해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과제에 포함시키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논란에 불을 당겼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등 안전에 문제가 없고 한의사가 판독하기 어렵지 않은 경우에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의사들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세종시 보건복지부청사를 찾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항의했다. 의협은 정부에 전달한 항의서한을 통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현행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건강의 위해, 국민의료비 증가, 의료의 질 저하 등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의협은 “규제기요틴 과제추진을 강행할 경우 11만 의사들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이 면허반납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의사들은 이를 반박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규제를 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직능이기주의에 빠져 국민의 뜻을 외면한 의사들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의사단체들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사협회가 일반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88.2%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전자,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기대되는 이유
전국 1만3천 곳의 한의원에서 의료기기를 도입할 경우 1조 원 규모의 의료기기시장이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CT나 MRI 등 고가의 의료장비는 도입되지 않지만 엑스레이, 혈액검사기,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한의사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혈액검사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85.3%로 가장 많았고 엑스레이(82.3%), 초음파영상진단장치(79.1%)가 뒤를 이었다.
이런 수요를 토대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으로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엑스레이, 혈액검사기를 선보이고 있고 자회사 삼성메디슨은 초음파영상진단장치를 내놓고 있다.
특히 국내 초음파영상진단장치 시장에서 삼성메디슨은 몇 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삼성메디슨은 중저가전략으로 세계시장에서도 7% 점유율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디지털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를 내놓고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미영상의학회에 신제품 디지털 엑스레이 GC85A 등을 선보이며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의료기기 시장 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실적은 썩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의사가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의료기기들과 삼성이 내놓은 의료기기 라인업은 완벽하게 겹친다.
기존 병원의 경우 진입장벽이 있어 사용하던 의료기기 메이커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기 쉽지 않지만 한의원에서 신규수요가 발생할 경우 중저가 전략으로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 사업을 5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하고 2020년까지 1조2천억 원을 투자해 10조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