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사장이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조 사장은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파손 논란과 관련해 검찰소환에 응하지 않아 지난 21일 출국금지를 당했다. 그런데 검찰이 LG전자 압수수색이라는 강경카드까지 들고 나와 조 사장의 CES 참석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 검찰이 압수수색 카드까지 빼든 이유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이주형 부장검사)는 26일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혐의와 관련해 LG전자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LG전자 압수수색, 조성진 CES 참석 불투명  
▲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사장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조성진 사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가전전시회 행사 관련 실무진들의 사무실, 홍보실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LG전자는 경찰이 압수수색이라는 카드까지 빼들고 나온 것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갑자기 검찰 수사관이 들이닥쳤다"며 "모두들 어리둥절해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날 입장자료를 발표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경쟁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으로 LG전자의 정상적인 기업활동및 대외 신인도에 지장이 초래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조 사장의 출국금지에 이어 본사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것은 검찰 소환에 불응한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며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것은 다소 과한 처사”라고 본다.

하지만 검찰이 조 사장의 고의성 입증을 위해서 추가 자료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조성진 사장, 내년 CES 참석 가능할까

조 사장은 지난 21일 이미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는데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내년 CES 참석이 더 어려워졌다.

조 사장은 내년 1월 6일에서 9일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CES에서 기자간담회를 주관하기로 돼 있다.

CES는 세계 가전업체가 모여 그해 전략제품을 소개하고 신기술 등을 소개하는 자리다. 또 앞으로 사업전략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가 담긴 행사다. LG전자도 매년 CES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제품을 알려왔다.

글로벌 가전업체로 손꼽히는 LG전자가 이번 사건으로 CES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사업전략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다.

LG전자는 지난 21일 조 사장이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 전 “세탁기 논란과 관련해 최근까지 LG전자 임직원 4명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며 “조성진 사장 조사의 경우 CES 일정 이후에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며 조사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LG전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손괴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조 사장이 검찰의 수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검찰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LG전자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 사장의 CES 참석 일정을 알고 있음에도 출국금지가 내려진 데다 압수수색까지 진행돼 조 사장은 더 이상 검찰의 소환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