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이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그동안 각 BU(Business Unit)조직을 이끌어온 수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지주가 경영혁신실 안에 있던 조직을 그대로 흡수하고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게 되면서 BU조직과 역할분담이 모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서 롯데지주와 기존 BU조직의 업무가 중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지주는 별도의 사업을 하지 않은 순수 지주회사다. 자회사의 경영평가와 업무지원 등을 맡게 된다. 롯데지주는 자회사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유통BU와 식품BU에 속해 있는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에 소속돼 있지 않은 화학BU, 호텔 및 기타BU와 달리 유통BU와 식품BU는 롯데지주와 업무가 중복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앞으로 호텔롯데뿐만 아니라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롯데시네마(가칭) 등의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지주와 BU조직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할지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 롯데그룹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누가 주체가 되고 누가 주도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지도 미지수다.
이를 놓고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은 12일 열린 롯데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해외사업을 할 때 롯데지주가 직접 투자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며 “계열사나 투자하느냐 롯데지주가 투자하느냐를 잘 판단해서 투자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BU조직과 롯데지주의 역할구분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롯데지주는 사업기획이나 인수합병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BU조직은 계열사 통합 마케팅을 통한 효율성 높이기 등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각규 사장과 BU장들의 그룹 내 의전서열 문제도 남아있다.
황 사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롯데지주는 경영혁신실의 조직과 기능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재무와 인사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혁신실에 소속됐던 재무혁신팀, 가치경영팀, HR혁신팀,커뮤니케이션팀은 모두 팀 대신 실로 승격하면서 위상도 한층 올라갔다.
그러나 황 사장은 이원준 유통BU장(부회장), 이재혁 식품BU장(부회장)보다 직급이 한 단계 낮은 사장 직급이다. 이 때문에 위계상 직급 역전이라는 말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롯데지주와 BU 조직은 상하관계로 볼 수 없다”며 “각각의 역할이 구분된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공개한 롯데지주 조직도를 보면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사장)과 민형기 컴플라이언스위원장(사장)은 롯데지주 소속이긴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직속 조직”이라며 “BU조직과 각 수장들 역시 신 회장 직속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