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송 조환익, 헐값 자산매각 리스크 어떻게 하나  
▲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왼쪽)과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뉴시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과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현오석 부총리로부터 요금인상을 퇴짜 맞은 뒤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하는 자구안을 동시에 내놓았다. 사옥까지 팔아 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 방침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이지만 헐값 매각 등 시장 리스크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공사는 오는 2017년 예상 부채를 29조7000억원 선으로 유지하겠다고 3일 밝혔다. 도공의 부채는 2012년 말 기준으로 25조3000억원이다. 부채비율만 97%에 달한다. 도공의 재무전망을 보면 2017년에는 부채가 36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자구안을 보면 이런 예상 수치보다 무려 6조4000억원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채 비율은 91% 선까지 떨어진다.


이번 자구안의 핵심은 자산 매각이다. 휴게시설 운영권은 물론이고 민자고속도로 등 출자회사 6개의 지분도 모두 팔기로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옥 판매다. 오는 7월 도로공사는 김천시로 본사를 옮긴다. 그러면서 현재 경부고속도로 판교 분기점 인근에 위치한 사옥도 주요 매각 대상이 됐다.
 
매각 예정가 2973억원에 이르는 이 사옥을 팔기 위해 도로공사는 올해 하반기 공개경쟁 입찰에 나선다. 헐값 논란 및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준비 단계부터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공을 쏟기로 했다. 다만 용도 지역이 자연 녹지여서 건물 활용이 제한된다는 점은 제값 받기에 걸림돌이다.

도로공사는 사업구조조정과 지출혁신, 창의적 수입 증대 등을 통해 부채를 줄이려 하고 있다. 먼저 국책사업인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투자규모를 연간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조정한다. 민자 유치가 가능한 곳은 민자 전환도 검토하기로 했다.

노후 시설 개량을 놓고 벌이던 자체 사업도 규모를 줄였다. 건물 증·개축 사업 조정 예산도 500억원 이상 삭감한다. 유지관리 예산 절감과 업무 방식 개선 등을 통해 1조5000억원 상당의 비용 절감도 추구한다. 소비성 경비 절감과 임직원 임금 동결 등 긴축 운영도 추진한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도 2일 비슷한 내용의 자구책을 내놓았다. 한전은 오는 2017년까지 총 부채 가운데 14조7000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사업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현재 145%인 부채비율을 143%로 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한전은 이번 계획 실행을 통해 2012년 3조2266억원의 적자에서 벗어나 2017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을 2조2021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역시 주요 내용은 자산 매각이다. 한국전력이 팔겠다고 밝힌 자산은 총 5조3000억원에 이른다. 먼저 전력 사업과 큰 관련이 없는 한전산업개발과 LG유플러스 지분은 전량 매각한다. 전력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PS도 경영권 유지의 마지노선인 51%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팔기로 했다.

해외사업 부문의 경우 비핵심자산 위주로 국내 투자자 매각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사업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통해 각각 3조원, 4조2000억원의 부채를 해소하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다. 강남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7만9342㎡(2만4000평) 규모의 본사 부지는 공시지가 1조4837억원, 단순 시가 3조원에 달하는 ‘노른자위’다. 한국전력은 특혜 논란을 줄이고 적법성과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본사 부지 매각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도로공사와 한국전력의 자산 매각 계획은 요금 인상이 무산된 뒤 내놓은 것이다. 김학송 사장과 조환익 사장은 요금을 올려 부채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조 사장은 줄기차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기요금 인상이 답”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한전은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4%와 5.4%포인트 요금 인상에 성공했다. 김 사장도 지난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통행료를 2.5% 인상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무산됐다. 현오석 부총리가 지난달 27일 “공공요금을 올해 인상하기 전에 원가절감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며 퇴짜를 놓았다.

이번에 김 사장과 조 사장이 제시한 자구안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도로공사의 총 수입 중 통행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지난해 요금을 올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한국전력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가장 불확실한 요인은 원전 가동률이다. 한전은 올해 가동률이 87.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80% 초반에서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화력 발전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 그 경우 전력생산비용은 더욱 높아지고 한전의 부채 탕감 속도는 그만큼 줄어든다.

김 사장이나 조 사장이나 요금 인상 없는 대책은 내놓았지만 이래저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두 사장은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다시 인상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그때까지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얼마나 얻어내는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