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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이 지난달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 신제품 공개행사를 열고 기조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 하락세를 좀체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현지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예전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대화면을 탑재한 애플의 아이폰6 시리즈가 예상된 대로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현지 업체들의 공세에 실지회복 어려워
아이엠투자증권은 20일 보고서를 내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사업이 실적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을 끌어내렸던 주요인인 중국 휴대폰시장의 부진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중국시장의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휴대폰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분기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스마트폰만 놓고 보면 35%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중국시장에서 부동의 강자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 스마트폰 매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IDC 조사결과 삼성전자 전체 휴대폰 판매량 가운데 중국비중은 1분기 20%에서 2분기 12%로 줄었다. 1분기 23%였던 스마트폰 비중도 2분기 14%로 급락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3분기에도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가장 큰 이유는 샤오미와 화웨이, 레노버 등 현지 제조사들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높은 성능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며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빼앗아왔다.
이 연구원은 “중국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축소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고가제품을 앞세웠던 삼성전자 등 외국 브랜드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지업체에 대한 중국정부의 적극적 정책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들은 저렴한 LTE폰을 앞세워 지난 9월 사상 최고수준인 90%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중국시장에서 10%에 불과한 점유율을 차지하며 공동 4위로 밀려났다. 1위부터 3위까지는 중국 업체인 레노버(17%)와 화웨이(16%), 샤오미(14%)가 차지했다. ZTE는 삼성전자와 같은 10% 점유율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의 실적약세가 앞으로 수 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저렴한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난 7일 예상했다.
◆ 아이폰6, 갤럭시 점유율 뺏어갈 듯
지난 17일부터 중국에서 정식판매에 들어간 애플의 아이폰6과 아이폰6플러스도 삼성전자가 당분간 중국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원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아이폰6을 사전구매한 소비자들 중 25% 이상이 기존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는 화면크기 때문에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폰로 갈아탔던 소비자들이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일치하는 것이다.
강경수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연구원은 “애플이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은 만큼 과거 아이폰에서 이탈했던 소비자들이 대거 아이폰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인 삼성전자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폰6시리즈는 중국에서 사전 예약판매만 2천만 대를 넘길 정도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작과 달리 중국이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된 탓에 아이폰6플러스는 중국 암시장에서 한때 정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 3100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의 마노즈 메논 아태지역 사장은 “모든 선주문 물량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중국 소비자들이 신형 아이폰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 아이폰6의 전체 선주문 건수 중 실제판매 비율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은 약 4억2천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거느린 규모가 매우 큰 시장”이라며 “애플이 중국에서 6~10%의 점유율만 차지해도 중국시장의 수익이 다른 곳에서 거두는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해외 스마트폰사업 부진 탈출의 묘수는?
이민희 연구원은 “중국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삼성전자가 다시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이외의 시장을 적극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외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인도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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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인도는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중 5%를 차지하며 중국(32%)과 미국(13%)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22%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까지 25.3%의 점유율로 인도시장 1위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현지업체인 마이크로맥스와 중국업체인 샤오미의 기세가 만만찮다.
삼성전자는 20만 원대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그랜드 프라임’을 이달 초 선보이며 대응에 나섰다. 또 메탈소재를 적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알파’도 지난달 출시했다.
중국업체들의 저가 스마트폰에 대응하기 위한 질 좋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도 삼성전자의 과제로 지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화면크기를 달리한 ‘갤럭시A’ 시리즈 세 종류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에 메탈소재를 적용해 디자인을 강화했고 성능 역시 프리미엄급 제품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가격은 기존 중저가 스마트폰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는 갤럭시A 시리즈의 가격을 350~500달러로 예상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