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현지시각으로 9월24일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백악관에서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으로 두 나라 사이에 ‘무역 전쟁’이 다소 완화됐지만 핵심 현안에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담이 두 국가의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만큼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각)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에 걸린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실제 결과는 더욱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미국 현지시각 지난 23일부터 사흘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포함한 국빈 방문 일정을 보냈다. 2025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약 11개월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고율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무역 휴전’을 2027년 초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관세 인하를 논의하는 무역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합의도 이뤄냈다.

중국이 2027년부터 미국산 석탄을 대량으로 구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회담 결과에 미국산 석탄 구매 약속을 비롯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며 정상회담을 둔 양국의 온도차가 감지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및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 완화 범위도 시장의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폴리티코는 양국의 무역 협상에 핵심 주제로 꼽히는 희토류나 반도체와 관련한 수출 규제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차세대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군사무기 등 제조업에 필수로 쓰이는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다.

폴리티코는 반도체나 희토류가 무역 및 경제 현안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첨단 반도체 기술이나 희토류 공급망의 통제권을 중요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나 대만과 관련한 문제도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깊이 있게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주요 현안에 입장차를 재확인하고 무역 합의와 같은 문제 해결도 나중으로 미루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양국이 당장 정상회담으로 거둔 성과보다 중장기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8일 논평을 내고 “이번 정상회담은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으로 시작된 미중 관계 개선의 토대를 강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의 복잡한 관계를 고려한다면 한두 차례의 정상회담만으로 주요 갈등 요인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양국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과 관계 개선 노력이 동맹국 정세와 관련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논평을 내고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한 트럼프 정부의 노력이 한국과 같은 주요 동맹국에 불안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보다 중국을 비롯한 적대적 국가를 더 우호적으로 대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을 바라보는 여러 나라들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반응을 우려해 8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했던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었다.

이에 더해 미국이 중국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려 할수록 동맹국들이 미국에 국가 안보를 의존하는 대신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서 자체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여론이 갈수록 힘을 받는 점도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만 치중해 동맹국들의 불안감이 커진다면 이는 오히려 미국의 외교정책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였던 동맹국들의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