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이 두산그룹 미래산업 투자의 든든한 조력자를 맡아 100년 넘는 협력 기조를 이어간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국내 주요 대기업과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지원 역시 확대하며 기업금융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우리은행 두산그룹 미래 투자 든든한 조력자, 정진완 신뢰 통해 기업금융 강자 굳힌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두산그룹과 오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산업 투자에서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


20일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KDB산업은행과 함께 두산그룹의 SK실트론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약 2조5천억 원 규모의 금융주선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두산그룹과 오랜 인연이 주목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두산그룹과 국내 금융권에서도 보기 드문 10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각각 창립 127주년, 창립 130주년을 맞이한 우리은행과 두산그룹은 한국 근현대 산업화 과정과 성장사를 함께 관통해온 대표 기업들로 꼽힌다.

두산그룹의 시초가 된 두산상회 박승직 상인은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 설립 과정에 직접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 다져진 유서 깊은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오랜 기간 두산그룹의 주채권은행 역할을 수행해 왔다. 

나아가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1964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창구 업무부터 보며 금융 실무를 익혔고 향후 그룹 회장 시절에는 상업은행 이사회 의장까지 지냈다.

두산그룹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이번 인수에 성공한다면 그룹 내 반도체 소재부터 전공정, 후공정을 아우르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된다.

미래첨단산업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지는 것으로 두산그룹의 발전에 우리은행이 톡톡한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행보는 우리은행이 탄생 시점부터 지녀온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시초는 1899년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다. 강화도 조약 이후 거세진 일본 자본의 공세로부터 국내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황실자금과 민간자본을 더해 설립됐다. 민족 자본을 바탕으로 국부를 지키고 우리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출발이었다.
 
[오늘Who] 우리은행 두산그룹 미래 투자 든든한 조력자, 정진완 신뢰 통해 기업금융 강자 굳힌다

▲ 우리은행 역사관에 전시된 상업은행 홍보물. 중소기업 적극 육성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대한천일은행의 맥을 이은 한국상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반’을 가동하며 중소기업 금융 지원에 적극 나섰다.

다른 전신인 한일은행 역시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금융 핵심 축을 담당했다. 제2차 경제개발계획 당시 자금난을 겪던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금융을 지원해 제철소 준공을 뒷받침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모두 기업금융 비중이 높았던 탓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부실과 연쇄 도산 여파에 직접 노출되며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본비율 8% 이하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두 은행은 1998년 합병해 한빛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한빛은행 출범 이후에도 기업을 지원하는 정통성은 그대로 이어졌다.

당시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회수 규모가 수십조 원에 이르며 자금 경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빛은행은 만기 연장과 수출금융 지원, 특별자금 공급 등을 통해 거래 중소기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오랜 기간 기업금융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주채무계열 선정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주채권은행 수는 11곳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삼성과 LG, 한화, 포스코, 씨제이, 두산, 효성 등 굵직한 그룹들이 포함돼 있다. 

주채무계열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부채규모가 큰 기업집단(계열)을 주채권은행으로 통합 관리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 행장 역시 이 같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취임 이후 줄곧 기업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 기업을 밀착 지원하는 특화 채널 ‘BIZ프라임센터’와 금융권 퇴직 직원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 영업을 전담하는 ‘BIZ어드바이저센터’를 전국 주요 거점에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업승계를 앞둔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전담조직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지분 이전과 자산관리, 자금지원, 인수합병(M&A) 중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다. 

기업금융 강화는 최근 실적 정체와 가계대출 규제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날로 강화되는 상황인 만큼 정 행장은 우리은행이 전통적으로 ‘잘하는 분야’인 기업금융 확대가 더욱 중요진 셈이다.

지난해 다소 감소했던 우리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다시 회복하는 모양새다.

1분기 우리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84조11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2% 증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들과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기업금융은 기본적으로 주거래은행과 거래기업 간 협업체계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만큼 거래 기반이 넓은 우리은행은 생산적 금융과 기업금융 시장에서도 강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