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종합반도체기업 꿈 안 버렸다, LSI사업부와 파운드리 부활의 신호탄

▲ IDM 세계 1위는 이재용 회장이 이런 질문에 대해 제시한 비전 가운데 하나지만 그동안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IDM비전이 늦었지만 구체적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해 파운드리와 설계 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밝힌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강화 계획의 내용이다. 파운드리에서 TSMC를, 설계에서 퀄컴이나 소니 등을 각각 앞서는 것이 아니라 파운드리와 설계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세계 1위의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였다.

이재용 회장은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2014년부터 경영 전면에 섰지만, 그동안 삼성전자에서 ‘이재용의 색’을 뚜렷하게 드러냈는지와 관련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건희의 삼성’을 상징하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문장에 견줄만한 ‘이재용의 삼성’만의 답이 없었던 셈이다. 

IDM 세계 1위는 이재용 회장이 이런 질문에 대해 제시한 비전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동안 이 비전은 크게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이 LSI사업부(설계조직) 폐쇄설과 파운드리 분사설까지 나오는 등 고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분기 적자 축소와 대형 고객을 중심으로 한 고객사 다변화, 수율 정상화 등의 반등 신호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재용 회장의 IDM 비전이 늦었지만 구체적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시스템반도체 사업 적자 축소 숫자가 말하는 변화

삼성전자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2조1천억 원을 냈다. 2025년 2분기보다 158.55%, 2024년 3분기보다는 31.81%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가운데 DS(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약 6조8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DS부문의 영업이익이 2024년 3분기에 3조8600억 원, 올해 2분기에는 4천억 원이었다는 것을 살피면 그야말로 ‘부활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좋은 실적을 낸 주요 원인은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호조다. 하지만 실적 기여도는 낮더라도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적자 축소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를 합한 영업적자는 올해 2분기 약 2조~3조 원에서 올해 3분기에 약 1조 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 사업별 손익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추정 수치일 뿐이지만, 큰 폭의 적자 축소라는 흐름 자체는 분명하다.

◆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반격, 테일러에서 시작된 ‘빅딜’과 2나노 신뢰 회복

파운드리 부활의 신호는 고객 포트폴리오 재편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7월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2조7천억 원 규모의 장기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자율주행용 ‘AI6’ 칩을 2033년까지 생산하는 8년짜리 계약이다.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동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지시각으로 10월22일 열린 테슬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TSMC와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AI5 칩을 제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6를 삼성전자가 수주하기는 했지만 AI5는 TSMC가 단독으로 생산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깬 셈이다.

올해 8월7일에는 애플이 미국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애플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세계 최초의 혁신적 반도체 제조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오스틴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반도체가 차세대 이미지센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만 미디어텍이 차세대 AP ‘디멘시티9600’ 생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텍은 디멘시티9600에 TSMC 2나노 공정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TSMC가 2나노 공정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미디어텍이 비용 측면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활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2나노 파운드리 웨이퍼 생산 가격은 TSMC보다 약 33%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고객사의 확보는 단순히 매출이나 공장 가동률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신뢰 확보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유명인(셀럽)들의 소위 ‘착장’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신뢰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TSMC와의 새로운 전장인 2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의 수율이 대폭 개선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수율은 현재 50%를 넘겼으며 내년 초 양산 시점에는 수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3나노에서 수율을 잡지 못했던 지난해와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LSI의 재기, 이미지센서와 엑시노스 부활의 신호탄

시스템LSI사업부는 이미지센서(ISOCELL)와 모바일 AP(엑시노스)에서 동시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스템LSI사업부와 관련해서는 모바일AP인 ‘엑시노스’를 중심에 놓고 분석할 때가 많지만,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초고해상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이미지센서 시장을 공략해왔다. 

삼성전자 LSI사업부의 이미지센서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의 15.4%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에 이어 2위다. 

LSI사업부 역시 최근 대형 고객을 확보했다. 앞에서 언급한 삼성전자의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애플의 이미지센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 이미지센서 ‘아이소셀(ISOCELL)’이 2026년 가을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18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고전하던 모바일 AP 분야에서도 조금씩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내년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6시리즈의 모든 모델에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2600’이 탑재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6 울트라에도 엑시노스2600이 탑재된다면, 4년 만에 울트라 모델에 엑시노스가 탑재되는 것이다.

엑시노스2600은 삼성 파운드리 2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며 전작인 엑시노스2500와 비교해 대비  30% 정도의 성능 향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쪽에서는 아이폰17프로에 탑재된 A19 프로와 비교해도 중앙처리장치(CPU) 멀티코어 성능이 15% 정도 우수하다는 추정도 나온다. 발열과 전력효율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수율 안정화와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

다만 여전히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우뚝 서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2나노 수율이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고객사 차원의 평가가 나올 시점이 아니고 엑시노스 역시 새로운 모델이 공개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를 외쳐왔기 때문이다. 

이미지센서 역시 여전히 소니가 전체 이미지센서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삼성전자 이미지센서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2023년 소니의 이미지센서 공급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이미지센서 공급망과 관련해 여러 가지 변화가 관측되고 있는 만큼 이런 상황이 삼성전자에게 반격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애플이 실제로 삼성전자로부터 이미지센서를 공급받기 시작하면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이 구체화되려면 실질적 양산 시점에 만족할만큼의 수율이 나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른 것은 맞지만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