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경영화제 방한 앤 마리 플레밍 감독 "기후위기는 지구라는 집에 붙은 불"

▲ 앤 마리 플레밍 감독(오른쪽)이 5일 서울 홍대입구 근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영화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은 주연 배우 키라 장. <환경재단>

[비즈니스포스트] "지구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밖에 없는 커다란 집이다. 하지만 그 집은 너무 크고 넓기 때문에 불이 우리한테까지 옮겨붙기 전까지는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그러기 전에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생각하고 움직여줬으면 한다."

앤 마리 플레밍 감독은 개개인들이 나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플레밍 감독은 이번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캔 아이 겟 어 위트니스'의 메가폰을 잡은 캐나다의 독립 영화감독이다. 영화제 개막식에 맞춰 5일 한국을 방문해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2004년부터 개최되여 현재는 아시아 최대 환경영화제로 성장한 영화 축제다. 이번 달 5일 개막해 30일까지 온라인 상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상영작 43편은 SK브로드밴드 'B tv'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캔 아이 겟 어 위트니스는 인류가 기후위기를 해결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인류는 여러 희생을 치뤄야 했다.

영화 속 세상에서 전 인류가 합의한 '세계 헌법'은 모든 인간의 연령 상한을 50세로 규정하고 있다. 50세가 되면 정부에서 임종 기록관을 파견하고 국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확인한다.

플레밍 감독은 "50세로 설정한 것은 그 나이가 죽기에는 너무 젊다고 비춰져 최대한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라며 "60세로 설정하면 보는 입장에선 그래도 납득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여기에는 캐나다에서 지금 뜨껍게 이뤄지고 있는 논의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며 "캐나다에서는 연금을 65세가 되는 시점부터 지급하는데 연금 고갈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지급 시한을 미루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레밍 감독은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너무 많은 것들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연령 제한 외에도 영화 속 사람들은 전기, 물, 통신 등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매우 제한된 시간에만 쓸 수 있다.

플레밍 감독은 "최근에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있었던 대규모 정전 사태를 생각해보면 지나친 소비를 걱정해 봐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서 개개인의 작은 행동이 의미없다는 핑계를 대곤 하지만 실상은 우리 모두를 더하면 80억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0억 모두가 나서서 스스로 작은 차이를 만든다면 그 모든 것이 모여 큰 차이가 되기에 나는 이번 영화를 본 사람들이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환경영화제 방한 앤 마리 플레밍 감독 "기후위기는 지구라는 집에 붙은 불"

▲ 앤 마리 플레밍 감독(가운데)이 5일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식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영화 속에서는 이처럼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는 순간도 나온다. 인류는 기술 발전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해보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술로 인해 상호 갈등과 위기를 더욱 키우게 된 것으로 묘사됐다.

이는 '파리협정'을 통해 기후위기 해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제 세계의 모습과 어느 정도 닮아 있다.

플레밍 감독은 "환경과 관련한 문제에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이유는 모두가 이기적이고 더 많은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또 일반인들의 관점에서는 원인을 너무 멀리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또 화석연료 업계가 개입해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극히 일부분이라 주장하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며 "화석연료를 소비해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의 일부분이긴 해도 인과관계가 명백한데 그 책임에서 멀어져 있는 일반인들은 이를 잘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집합적 사고를 가지고 지구라는 집이 다 불타버리기 전에 행동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현장에는 플레밍 감독 외에도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키라 장도 합석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임종 기록관을 맡고 있는데 50세만 되면 관용없이 모든 인간이 죽어야 하는 상황에 회의감과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키라 장은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50세 제한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며 "그런 극단적 제도를 시행하게 된 원인이 있다면 나는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본인한테 피해가 가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주변인 모두가 영향을 받기에 총체적 관점에서 다른 대안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에서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경종을 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