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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시공능력평가 믿을수 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8-25  20: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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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믿을수 있나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삼성물산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9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매년 7월 말이 되면 시공능력평가가 발표된다.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다. 건설사 순위가 1위부터 100위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사의 시공능력을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건설사가 건당 수주할 수 있는 공사를 금액으로 표시한 것이다.

순위가 높으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에 입찰할 수 있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 공사를 수주할 때 주관사가 될 수도 있다. 순위가 높은 건설사는 홍보를 위해 이 순위를 열심히 활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매년 이 순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순위가 건설사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서열로 인식되면서 건설사 간 자존심 대결도 벌어진다. 순위선정 기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는 일도 매번 벌어진다.

그런데 토목건축 순위로 국내 건설사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지금의 방식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건설사마다 주력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순위선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 발표 분야는 토목건축, 산업설비, 조경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통의 소비자가 접하는 순위는 토목건축분야 순위다. 그러다보니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설사들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다.

경영평가 반영 비중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시공능력과 경영상태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건설사가 있는 반면 경영상태 반영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설사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시공능력평가 기준을 바꾸기 위한 방안을 논의중이다.

◆ 토목건축 분야 1등이 전체 1등인가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2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위에서 무려 18계단이나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할 말이 많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력사업은 해외 플랜트분야다. 토목건축분야는 지금 진행하고 있지 않고 해외 플랜트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사업을 평가하는 산업환경설비공사 분야에서 6위에서 5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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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삼성엔지니어링은 주력사업인 산업환경설비공사 분야에서 6위에서 5위로 한 단계 상승했지만 토목건축분야에서는 18계단 하락해 29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토목건축분야 순위는 18계단이나 떨어졌다. 당연히 대외적 이미지도 나빠졌다.

삼성엔지니어링 입장에서 주력이 아닌 분야로 평가되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관계자는 “회사 특성상 토목건축공사 실적이 산업환경설비공사 실적보다 적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해외 플랜트사업을 주력하는 만큼 산업환경설비공사 순위가 더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같은 입장이다. 이번에 2위로 밀린 현대건설은 플랜트사업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산업환경설비공사 평가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 1위 탈환의 일등공신은 호주 광산개발 프로젝트, 중국 반도체공장 등 해외 토목건축공사 실적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우즈베키스탄 발전소, 베트남 화력발전소 공사 등 해외 플랜트건설 수주가 늘면서 산업환경설비공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토목건축분야 시공능력평가액은 삼성물산이 현대건설보다 5천억 원이 많다. 하지만 산업환경설비공사 분야는 현대건설이 1조5천억 원이 넘게 앞서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각 업체마다 토목, 주택, 해외플랜트, 환경설비 등 주력하는 분야가 다른 만큼 한 기준을 가지고 줄을 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위와 2위의 시공능력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1등과 2등이란 인식이 생겨 그 차이가 매우 크게 느껴진다”며 “그 인식 때문에 건설업계가 시공평가순위에 더 목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영평가 비중을 높일까, 낮출까?

국토교통부는 2009년 시공능력평가에서 경영평가 반영비중을 대폭 줄이고 경영평가액 한도를 축소했다.

건설사들이 건설업체의 시공실적과 기술능력보다 경영상태가 너무 높게 반영돼 공사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본래의 취지에 벗어난다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평가 비중을 줄인 뒤에도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주요 건설사들은 재무현황과 실적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항목을 더 많이 반영하라고 항상 요구한다.

경영상태를 반영하는 시점과 시공능력평가를 발표하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 받는다. 7달 가량의 시차가 있어 제대로 된 경영상태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시공능력을 평가할 때 부실업체를 거를 수 있도록 재무현황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되는 해의 전년도 말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평가와 발표시점 간 시간차이 때문에 평가결과가 재무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즉 건설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으로 경영이 악화돼도 제때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도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이 20위, 경남기업이 26위, 법정관리 중인 쌍용건설이 19위에 오르는 등 대체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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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3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시공능력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시공능력평가액이 지난해 9조4천억 원에서 올해 7조4천억 원으로 떨어져 3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대우건설은 회사의 실적이 한 해 나빠졌다고 그 회사의 경험이나 기술력도 함께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수행능력과 기술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 항목에 경영평가 비중이 23~27%나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무슨 근거로 이러한 항목과 산출방법을 적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업계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지적도

다른 한편에서는 단순히 참고용일 뿐인 순위에 업계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시공능력평가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유지하는 선진국의 경우 순위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명시된 시공능력평가의 취지는 “발주자가 적정 건설사를 선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로 돼 있다.

하지만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가 뒤바뀔 때마다 건설업계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공능력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란은 매번 나온다. 주로 1위에서 밀린 2위 건설사들이 문제를 제기한다.

영국의 경우 ‘컨스트럭션 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시공능력평가를 해 발주처와 수요자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일본도 ‘경영사항심사제도’를 통해 마찬가지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정보제공에만 충실하다. 국내 건설사들처럼 이 순위를 광고에 활용하거나 업계 간 자존심 대결로 몰고 가지 않는다.

매년 문제가 지적되자 정부는 시공능력평가제도를 개선할 뜻을 밝혔다.

25일 국토교통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이를 맡아 건설사 의견수렴, 공청회 등을 거쳐 현재 막바지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서로 입장에 따라 경영평가 점수, 수주실적이나 기술력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지만 경영평가 점수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여러 문제점들을 검토해 내년에 발표되는 시공능력평가부터 달라진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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