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최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매각 작업에 착수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 가운데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부상하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가 배달의민족 인수를 통해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부족한 네이버쇼핑의 물류배송 능력을 강화해 쿠팡의 대항마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15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네이버를 비롯해 우버, 중국 알리바바 등이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우아한형제들 인수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앞서 JP모간으로부터 우아한형제들의 주요 정보가 담긴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수령한 뒤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매각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커머스 플랫폼 시장에선 흔치 않은 대형 딜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배달의민족이 모바일인덱스 기준 지난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409만 명을 확보한 압도적 1위 사업자인 만큼, 인수 주체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지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 가운데 네이버는 배민 생태계 흡수 시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로 꼽히고 있다.
인수가액이 최대 8조 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만큼,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 후보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네이버가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1분기 기준 네이버의 현금성자산은 6조3763억 원으로,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1조9807억 원을 더하면 8조 원을 웃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8조 원대 딜을 소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후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를 보이고 있다. 쿠팡은 이미 자회사 쿠팡이츠를 통해 음식배달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 네이버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해 직접 운영한다면, 그간 커머스 부문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배송 경쟁력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네이버 입장에서도 배민은 매력적 매물이다.
이커머스는 이미 네이버의 핵심 사업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커머스와 인공지능(AI)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매출 3조2411억 원, 영업이익 5418억 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쿠팡과의 이커머스 패권 경쟁에서는 자체 물류망 경쟁력이 네이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현재 CJ대한통운 등과 물류 연합체(NFA)를 통해 '도착 보장'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컬리와 협업해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도입하는 단계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이미 이 단계를 넘어 주문 후 1~2시간 내 물건을 받는 '퀵커머스'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탈 쿠팡’ 흐름 속에서 이탈했던 이용자들이 다시 쿠팡으로 발길을 돌린 주요 원인으로 다른 기업들과 배송력 격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배민의 전국 단위 라이더 배송 네트워크를 결합할 경우 유통 영역에서 단숨에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쿠팡이츠를 멤버십 락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배달 플랫폼 확보는 멤버십 경쟁에서도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현재 당일배송을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진행하다 보니 시너지가 다소 제한적이었던 측면이 있다"며 "배민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게 된다면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과 시너지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1위 배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에 네이버쇼핑 사업과의 연결성까지 고려하면 배민은 매력적 매물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유통업계 화두가 퀵커머스로 넘어가는 가운데 네이버가 배민을 인수한다면 다음 싸움에서 큰 이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기대감과 별개로 실제 인수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난관은 매도 측 딜리버리히어로가 희망하는 8조 원 안팎의 몸값이다. 매력적 매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매각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8조 원 규모 딜을 단독으로 소화하기에는 네이버도 재무적 부담이 적지 않고, 회사가 이미 두나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해외 빅테크 기업인 우버 등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나눠 인수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투자안내서를 수령한 뒤 살펴보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거나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