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에 중국 희토류 부분통제 시작, 전면 통제는 '최후 카드'로 남기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에 동일 수준의 관세율로만 대응하며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강점을 가진 희귀광물 및 희토류 자원 전면통제는 '최후의 카드'로 나중을 위해 남겨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비철금속산업협회(CNIA)는 6일(현지시각) “중국 정부의 이번 수출통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MOFCOM)는 4일부터 사마륨과 가돌리늄을 포함한 7종의 희토류를 수출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허가를 받은 업체는 수출할 수 있어 완전한 금수 조치는 아니다. 

일각의 관측과 달리 전면 수출 통제에 나서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관세에 신중한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로이터는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해당 광물은 항공 전자장비에 주로 쓰이며 중국에서만 공급돼 미국 항공우주 제조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름 그대로 ‘희귀(rare)’한 광물인 희토류(rare earth)는 주기율표의 중앙에 위치한 17가지 금속 원소를 가리킨다. 형광성 및 전도성 등 성질을 지녀 스마트폰과 전기차 모터 자석,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광물이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및 희귀광물 공급망을 사실상 지배해 미국의 기술 및 무역 규제에 대응할 가장 효과적 소재로 꼽혀 왔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이른바 ‘무역 전쟁’을 촉발했음에도 중국 정부의 대응은 '보복 예고' 차원에 그친 셈이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등의 대미 수출을 직접 금지했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이번 통제안은 수위가 낮다. 

중국이 책정한 관세율 또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에서 적용한 추가 관세율과 같은 34%의 관세만 미국산 수입품에 책정했다. 

미국 씽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중국센터 소장은 5일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베이징은 (수동적) 반응에 급급하다”며 “트럼프 정부가 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폭탄'에 중국 희토류 부분통제 시작, 전면 통제는 '최후 카드'로 남기나

▲ 중국 장쑤성 롄윈강시에 위치한 한 항구에서 2010년 10월31일 희토류 원소가 포함된 수출용 토사 운송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중국 당국이 미국을 대상으로 희토류 및 희귀광물을 가지고 과감한 조치를 꺼리는 이유로 몇 가지 배경이 제시된다.

우선 중국은 무역 장벽을 높이는 미국과 달리 전 세계와 교역을 확대해 차별화에 나서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제품 공급처 및 소비지로 기능해 관세 전쟁에 휘말린 다른 국가와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희토류 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 정책은 신뢰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분석가는 6일 악시오스를 통해 “관세 대상인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는 미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커졌다”며 “중국을 바라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희토류와 희귀광물 수출을 완전히 막으면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세관은 지난해 희토류 수출 규모가 4억8880만 달러(약 7150억 원)라고 집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각국의 수급처 다변화 노력을 자극해 중국에 타격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희토류 및 희귀광물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도 중국 이외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초기부터 관세를 둘러싼 협상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중국이 섣불리 희토류 공급 중단과 같은 조치를 시행하면 양측의 협상이 완전히 중단될 수 있다.

종합하면 중국은 희토류와 희귀광물 수출 완전 금지를 미국을 향한 무역 보복조치 가운데 ‘최후의 카드’로 남겨둘 공산이 크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도 3월20일 광물생산을 늘리기 위해 전시권한인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중국과 공급망 갈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업계는 그 효과를 둘러싸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광물 제련에 85% 점유율을 확보해 아무리 희토류 채굴을 늘려도 중국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산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도 중국이 언제든 강경한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씽크탱크 후버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전문가는 악시오스를 통해 “중국은 자신이 가진 이점을 활용해 무역 전쟁에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