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관세 정책에 예외 없다, 현대차 K배터리 3사 커지는 불확실성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관세 부과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예고대로 관세를 부과해 현지 사업을 추진하던 현대자동차와 K-배터리 3사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빅3 완성차 기업의 유예 요청에도 관세 부과를 밀어붙였을 정도로 단호한 입장이라 한국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은 대비책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 관세 25%를 현지시각으로 3일 오전 0시 1분을 기해 발효한다. 한 달 후인 5월3일에는 150개 자동차 부품으로 관세 적용이 확대된다.

트럼프 정부가 도입한 25% 자동차 관세는 연간 6천억 달러(약 880조 원) 상당의 자동차 및 부품 수입에 적용된다. 

주목할 지점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 ‘빅3’ 완성차 기업인 포드와 GM, 스텔란티스가 벌인 적극적 로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 공장에서 사용하는 자동차 소재와 부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 왔는데 시행 시기만 3월에서 4월로 1개월 유예했을 뿐이다. 

빅3는 정부 기조에 맞춰 미국 내 생산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을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야후파이낸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산업에 양보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미국 자동차 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저가 차량을 중심으로 소비자 가격이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증권사 모간스탠리는 관세로 인해 미국 자동차 소비자 가격이 11~12% 상승할 것으로 바라봤다. 

조사기관 AEG는 미국 내 차량 판매가격이 최소 2500달러에서 최대 2만 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렇듯 미국 자동차 시장에 당분간 큰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와 한국 배터리 3사도 이번 관세 도입에 대응해야 하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우리도 관세 영향을 당연히 받는다”며 “이를 면밀히 분석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트럼프 정부가 도입한 관세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기존에는 관세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실제 세율은 축소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예고했던 그대대로 무역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기업이나 소비자가 일시적 피해를 겪겠지만 이를 감수해서라도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적 성향상 향후 국가별 협상 여지가 열려 있기는 하지만 강경한 태도를 고려하면 한국이 큰 반전을 노리기는 어렵겠다는 전망이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현지시각으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관세 발표 행사에서 “한국과 일본 등이 부과하는 비(非) 금전적 (무역) 제한이 가장 나쁘다”고 콕 집어서 말했다. 
 
트럼프 자동차 관세 정책에 예외 없다, 현대차 K배터리 3사 커지는 불확실성

▲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시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에 3월26일 한 노동자가 생산 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와 현대차는 모두 북미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공장(HMGMA)을 확장해 미국 내 완성차 생산 능력을 연 12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배터리 3사 또한 각각 미국 빅3와 합작공장 및 단독공장을 미국에 다수 운영하며 현지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배터리 소재나 자동차 핵심 부품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충당하고 있어 수입 비용에 뛸 수밖에 없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용 제네시스 G 시리즈나 코나, 팰리세이드 등 다수 모델은 한국산 부품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더구나 미국 내 전체 자동차시장 수요 위축도 당연한 수순이라 판매까지도 악영향을 받게 됐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미국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 붐’을 누렸다”며 “이제부터는 관세가 수요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배터리 업계 모두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인 한국 기업은 공급망 재점검과 로비 전략이 다급해졌다.  

미국 정부가 추가 완화 혹은 예외 조항을 둘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지만 당분간은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의 ‘암중모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의 대응책에 따라 관세 영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한편에서 나온다. 

실제로 무역 장벽을 높였던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현지에 공장을 두고 미국 정책 기조를 따른 한국 기업은 중장기 수혜를 경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관세 영향은 피하기 어렵다”며 “국내 사업 및 미국 판매 영향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