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주도로 ASML 반도체 장비 대체 노린다, 미국 정부 규제에 '반격'

▲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 사이캐리어가 화웨이와 정부 지원을 받아 ASML을 비롯한 해외 장비를 대체하려는 노력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사이캐리어(SiCarrier) 반도체 장비 홍보용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ASML을 비롯한 해외 기업에 의존하던 핵심 반도체 장비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생산하려는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중국이 수입할 수 있는 장비 종류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 대응해 서둘러 대안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24일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화웨이와 관련되어 있는 중국 반도체 장비기업 사이캐리어가 비밀리에 다수의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이캐리어는 네덜란드 ASML과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 램리서치와 일본 니콘, 캐논 등 세계 상위 기업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를 개발중이다.

이는 반도체 노광과 증착, 식각, 검사 등 다양한 공정에 활용되는 장비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아시아는 사이캐리어가 화웨이의 반도체 제조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이러한 장비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이러한 반도체 장비를 상용화한 뒤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잠재 고객사에 해당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이캐리어는 중국 선전 지방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관련 기업의 한 임원은 닛케이아시아에 “화웨이와 사이캐리어는 궁극적으로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모든 공정의 장비를 갖춰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개발에 착수했다”며 “일부 프로젝트는 수천 명 단위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캐리어가 해외 반도체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내부 관계자의 발언도 이어졌다.
 
중국 화웨이 주도로 ASML 반도체 장비 대체 노린다, 미국 정부 규제에 '반격'

▲ 화웨이 '어센드' 인공지능 반도체.

화웨이가 이처럼 중국산 반도체 장비 개발에 직접 역할을 확대하는 이유는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정부의 규제에 정면 대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고사양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생산한 데 대응해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상위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 규제는 반도체 기술 개발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가 이러한 압박에 맞춰 자국 기업의 기술 개발에 지원을 확대하며 해외 반도체 장비에 의존을 낮추는 데 속도를 붙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규제가 본격화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확보를 꾸준히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일부 장비 시장에서 자급률을 크게 높였지만 ASML이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노광장비를 비롯한 분야에서는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이캐리어가 화웨이 지원을 받아 노광장비를 포함한 여러 제품 개발을 본격화한 것은 이런 약점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 영역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이 이른 시일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씽크탱크 CSIS는 닛케이아시아에 “미국의 반도체 기술 규제는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자체 기술 개발을 강화하려는 노력에 불을 붙였다”며 “그러나 실제로 상용화에 성공하려면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