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에 방문객들이 중국 BYD 시라이언7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BYD는 전고체 배터리의 제조 원가를 현재 액체 전해질 수준에 맞출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 전고체배터리를 준비하는 다른 업체에게 강력한 경쟁사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CNEV포스트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BYD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제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쑨화쥔 BYD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제조 원가를 중장기적으로 액상 전해질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EV포스트가 전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 부분 가운데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제품이다.
황화리튬을 비롯한 필수 원료 가격이 같은 무게의 액체 전해질보다 최소 수십 배 비싸 상용화에 걸림돌이 됐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쑨 CTO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일정 규모 늘리면 현재 쓰이는 액상 전해질 3원계 배터리와 이론적으로 제조 원가가 비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BYD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험에 돌입한 뒤 2030년을 전후해 전기차에 대량으로 탑재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고급형 전기차부터 순차적으로 탑재 차량을 늘려 2032년에는 대부분 차량에 사용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롄유보 BYD 수석 과학자는 “5년 정도 뒤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외부 충격으로 인한 누수 위험이 적고 열적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을 차단한다는 장점을 갖췄다. 일명 ‘꿈의 배터리’라고도 부른다.
이에 삼성SDI를 비롯한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토요타 및 현대차 같은 완성차 기업까지 기술 내재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새롭게 BYD가 합류하게 되면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는 다른 완성차 기업에 잠재 경쟁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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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환 현대차그룹 전동화에너지솔루션 담당 전무가 2024년 8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전고체 배터리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유튜브 영상 갈무리>
현대차도 2030년을 전후해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 라인을 경기도 의왕 연구소에 구축하고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BYD가 원가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를 선보이겠다고 나선 셈이다.
현대차, 토요타, BYD와 같은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배터리 가격이 차량 전체 가격의 50%에 육박해 외부 기업에서 계속 구매하면 원가 압박이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BYD는 메르세데스-벤츠나 테슬라 모델Y 일부지역 판매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했을 정도로 내재화에 성과를 냈는데 이를 전고체 배터리까지 이어가려 하는 것이다.
BYD가 중국 당국에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이점도 부각된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BYD를 비롯한 배터리 기업 및 학계가 참여하는 전고체 배터리 컨소시엄(CASIP)을 설립했다. 정부 지원 금액은 60억 위안(약 1조1922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BYD는 배터리 공급망에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액상 전해질 배터리로 전기차 경쟁력을 높였는데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까지 이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다만 한편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상위 모델 일부에만 국한된 기술로 그칠 가능성도 언급돼 BYD 경쟁력에 큰 보탬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호주 자동차 매체 카스가이드는 아우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전고체 배터리는 요구 기술 수준이 높아 일상적 자동차에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