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에 이어 HBM 주요 고객사로 부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공급하며 수혜를 볼 가능성은 다소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HBM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승인이 지연되며 새 협력사가 절실한 상황인데 최근 브로드컴과 법적 분쟁을 겪었던 만큼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
21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이 본격적으로 HBM 공급 관련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로드컴은 구글과 메타, 바이트댄스 등 글로벌 대형 IT기업의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와 상용화를 위한 기술을 제공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제품에 의존을 낮추려 자체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브로드컴도 자연히 관련 시장에서 차세대 주요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브로드컴의 성장은 급성장하는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 이외에 새 대형 고객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현재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의 HBM 물량을 사실상 모두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단일 고객사에만 의존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HBM의 약 90%가 엔비디아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3E 규격 반도체를 엔비디아에서 여전히 승인받지 못해 실적과 주가에 큰 악영향을 받고 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삼성전자의 HBM3E가 새로운 설계를 적용해야만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쐐기를 박았다.
디지타임스는 이를 계기로 엔비디아의 품질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브로드컴에서 본격적으로 고성능 HBM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삼성전자도 충분히 공급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이 최근까지 법적 분쟁을 벌였던 만큼 협력 추진 여부는 다소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전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브로드컴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며 매년 일정 금액 이상의 물량을 구매하도록 강제했다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도 미국에 브로드컴을 상대로 반독점 행위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디지타임스는 브로드컴이 필요로 하는 HBM 물량도 엔비디아와 비교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에 HBM을 공급해 엔비디아 품질 인증 실패에 따른 타격을 만회하기에는 여러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다만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여력이 엔비디아 이외 고객사에 대응하기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삼성전자에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와 달리 가격 대비 성능과 생산 능력이 모두 뛰어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와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공급 계약 체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