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과 주요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분쟁’이 다시 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가 신 회장 측에 유리하게 나왔던 1차 판정 때와 달리 2차 판정에서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신 회장은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재점화, 신창재 지주사 전환 불확실성 다시 커져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어피너티컨소시엄과의 2차 중재 판정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아들면서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갈등이 빠르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신 회장의 숙원사업인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제상업회의소의 2차 중재 판정에서 교보생명이 풋옵션 가격 재산정을 요구받으면서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상업회의소는 17일(현지시각)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중재에서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고 감정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이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매일 일정한 금액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이 같은 판정이 나오자 신 회장 측인 교보생명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번 2차 중재 판정도 1차 중재 판정 때와 마찬가지로 교보생명에 유리하게 종결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이와 달리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요청을 받아들여 신 회장 측에게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앞선 1차 판정 때는 신 회장 측이 감정평가기관 선임을 거부하면서 풋옵션 가격 산정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신 회장은 1차 판정 결과가 2차 때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분쟁 중에도 지주사 전환 과정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만큼 이번 결과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번 2차 판정으로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본다.

신 회장이 2차 판정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중재판정을 취소하는 법적 다툼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판정 소식이 전해진 전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평가기관을 선임하라고 결정한 것은 1차 판정을 무시한 것으로 유감스럽다”며 “2차 중재판정 중 평가기관 선임결정은 1차 중재판정의 기판력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있는 만큼 중재판정 취소 등의 법적 절차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신 회장이 이번 판정을 수용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고 풋옵션 가격을 새로 산정한다 하더라도 감정평가기관 선임과 주당가치 산정 등을 둘러싸고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다시 갈등을 빚을 수도 있어 빠른 분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감정평가기관 선임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과거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 풋옵션 공정시장가치 산출 과정에서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부정공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며 논란을 빚은 적이 있는 만큼 부담이 될 수 있다.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할 때도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에서 요구하는 주당 가격인 41만 원보다 한참 낮은 20만 원선 아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어피너티컨소시엄은 다시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재점화, 신창재 지주사 전환 불확실성 다시 커져

▲ 국제상업회의소의 2차 판정 결과로 인해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과의 분쟁이 길어진다면 교보생명이 내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인적분할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법적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교보생명 지분을 약 24%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진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주요 재무적 투자자 등은 여전히 신 회장을 신뢰하고 있다”며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주주와 기업가치 훼손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분쟁은 2018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 원에 인수하며 계약에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기업공개가 불발되자 2018년 어피터니컨소시엄은 주당 41만 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행사 가격의 적정성을 놓고 분쟁이 생겼다.

분쟁은 국제 중재로 이어졌고 국제상업회의소는 2021년 9월 1차 중재안에서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해당 가격에 매수하거나 이자 지급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22년 2월 2차 중재를 신청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