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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기후총회 주요국 지도자 대거 불참, 트럼프 시대 기후대응 시계 '거꾸로'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1-11 13: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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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기후총회 주요국 지도자 대거 불참, 트럼프 시대 기후대응 시계 '거꾸로'
▲ 10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위치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회장 입구를 장식한 조명들이 빛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리는 올해 유엔(UN) 기후총회에 주요국 지도자들이 대다수가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각 국의 복잡한 국내 문제도 작용하고 있으나 기후 대응에 부정적 태도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기후총회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후대응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현지시각으로 이날 개막하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개발도상국 지도자 다수가 참석하는 것과 달리 서방 주요국 지도가 가운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만 참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 5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기존 계획을 뒤집고 COP29에 불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마이클 블로스 유럽 녹색당 의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불참 선언은) 다른 주요국 지도자들을 향한 치명적 신호"라며 "이번 합의를 독재자(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손에 넘겨준다는 것은 논의가 실제 필요한 기후 행동이 되기보다는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그린워싱'이 될 우려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집행위원회 발표가 나온 뒤 지난 7일(현지시각) 독일 정부도 올라프 슐츠 총리가 이번 총회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슐츠 총리 모두 각각 내부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그 외에도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저스틴 트루도 캐나다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프랑스 언론 프랑스24는 이번 주요국 지도자들 불참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여러 차례 기후변화를 "사기 행각"이라고 부르며 재임에 성공한다면 미국을 다시 한 번 파리협정에서 탈퇴시킬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은 2015년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한 국제 조약이다. 매년 열리는 기후총회들은 파리협정 당시 맺은 협의를 기반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브라이스 라롱데 전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은 프랑스24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과 관련된 질문에 “대다수 주요국 지도자들은 이번 총회에서 기후대응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 본 것 같다”며 “총회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아예 COP29 회의에 전면 불참을 선언한 국가도 나왔다. 8일(현지시각) 태평양 도서국가 파푸아뉴기니는 이번 COP29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UN 기후총회 주요국 지도자 대거 불참, 트럼프 시대 기후대응 시계 '거꾸로'
▲ 지난해 4월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를 방문한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 장관(왼쪽)을 만난 저스틴 트카첸코 파푸아뉴기니 외무 장관(오른쪽). < Flickr >
저스틴 트카첸코 파푸아뉴기니 외무 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파푸아뉴기니는 이번 총회에서 모든 고위급 회담에서 이탈한다”며 “바쿠에서 열리는 회의는 완벽한 시간 낭비”라고 비판했다.

일부 파푸아뉴기니 정부 인사들은 현장에 참석할 예정이나 정부 차원에서 공식 논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트카첸코 장관은 “우리는 더 이상 우리 국민이 기후변화의 파괴적 영향을 겪고 있는 동안 공허한 약속과 무대응이 이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COP와 같은) 다자간 회의가 구체적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3번 개최된 COP처럼 이번 COP29도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정치적 차원에서 불참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파푸아뉴기니 등 도서국가들 목소리가 국제회의 현장에서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당시에는 도서국가들이 배제된 채 최종합의문이 가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던컨 가비 파푸아뉴기니 기후활동가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우리와 같은 취약국들에 더욱 파괴적으로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협상장에 앉아 계속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랄프 레게바누 태평양 도서국가 바누아투 기후 특사도 프랑스24를 통해 "기후대응을 위한 글로벌 행동이 멈추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문제로 국제적 협력이 없다면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오염자(미국)의 차기 대통령에게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COP29는 파푸아뉴기니나 바누아투 등 도서국가들처럼 자체적으로 기후 대응이 어려운 국가들을 위한 재원 마련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현재 개도국들은 기존 연간 1천억 달러(약 137조 원)이었던 글로벌 기후 재원 규모를 2035년까지 연가 1조 달러(약 1369조 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재원 마련 의무를 지고 있는 서구 선진국들은 현재 지원 규모도 충분하다며 급격한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가들은 재정 지원 의무 대상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등 선진국은 아니지만 경제력이 있는 국가들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들 가운데서도 특히 기후 재원 지원에 있어 인색했던 데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둔 만큼 향후 재원 마련에서는 빠질 것이 확실시된다. 

S&P글로벌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COP29에서 기후대응 진전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며 "새로운 기후 재원 목표를 향한 협상이 약화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래피디안 그룹'의 밥 맥넬리 회장도 S&P글로벌을 통해 "미국 공화당 내에서 글로벌 기후대응 협력을 지지하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그마저도 차기 트럼프 정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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