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외부감사를 담당하고 있는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내년 초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신뢰도와 주가 하락 불가피

대우건설 주가는 15일 전 거래일보다 13.67% 떨어진 5810원에 장을 마쳤다.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보고서에 대해 이례적으로 의견거절 판정을 내린 영향을 받았다.

  대우건설, 깐깐한 회계감사 때문에 주가급락  
▲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8월23일 오후 서울 대우건설 사옥에서 열린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임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외부감사인은 감사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4가지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의견거절을 내놓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지난해 낸 감사의견 506건 가운데 의견거절은 단 2건으로 전체의 0.4%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상반기보고서와 3분기보고서에서, STX중공업이 상반기보고서에서 한정의견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규모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고 STX중공업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기업과 비교해 큰 문제가 없는 대우건설이 한정의견보다 더욱 부정적인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건설이 이번 판정으로 입은 직접적 손실은 없다.

그러나 신뢰도 하락과 주가 약세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각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주가하락은 대우건설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계처리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만큼 연간 사업보고서의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대우건설 주가는 약세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건설 주가는 현재 산업은행이 처음 지분을 매입하던 시기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산업은행이 세운 매각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대우건설의 사업성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지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우건설은 이날 “안진회계법인이 최근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기준 강화를 이유로 아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법정관리나 상장폐지 기업에게나 해당되는 의견거절을 표명한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대우건설이 제공한 자료에 대해 회계법인과 이견이 발생해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소명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며 “준공예정원가율 관련 내부 절차가 모든 공사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일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준수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나 감사인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다른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9월 과징금 20억 원과 감사인 지정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 반 동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계에 대한 특별감리를 받았고 올해부터 강화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강화조치에 발맞춰 국내 어느 건설사보다도 투명한 회계처리를 해 왔다”며 “안진회계법인이 요청한 자료에 대해 올해 기말 감사 전까지 충분히 소명해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 회계감사 더욱 깐깐해지나

대우건설에 의견거절 판정을 내놓은 곳이 안진회계법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정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혐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에서 관계자가 구속된 데다 여전히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회계감사가 더욱 엄격해졌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깐깐한 회계감사 때문에 주가급락  
▲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안진회계법인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아 매년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내놓다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그동안 착오가 있었다며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지난해까지 외부감사인이 삼일회계법인이었지만 삼일회계법인과 계약 만료, 금융감독원의 감리결과에 따라 올해부터 외부감사인으로 안진회계법인을 지정받았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분기보고서에 회계법인들이 이전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말 감사보고서에 대해 한정의견을 받거나 반기보고서에 대해 부적정의견 또는 의견거절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하루동안 거래가 정지된다.

그러나 분기보고서 검토 의견에는 별다른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건설 등 조선업과 건설업의 경우 수주 뒤 사업의 진행과정에 따라 회계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관행이 만들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