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 고온 현상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이례적인 고온 현상을 두고 유엔(UN)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엔 산하 기관들은 사무총장 연설에 뒤이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기온상승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막대한 경제적 피해에 더해 식량난까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각) 유럽 기후 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세계 평균 기온은 21일 17.09도, 22일 17.16도에 이어 23일에 17.15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장 높았던 세계 평균 기온은 2023년 7월에 나온 17.08도였는데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기록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가 극한 폭염 위기에 노출됐다며 각국 정부에 행동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구는 모든 곳에 있는 모두에게 더 뜨겁고 위험한 곳이 돼가고 있다"며 "극한 폭염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우리가 세운 지속 가능 목표를 저해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폭염은 태풍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폭염은 우리의 새로운 비정상(abnormal)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2일(현지시각)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
유엔 사무총장 발표에 뒤이어 유엔 산하 기관 가운데 세계기상기구(WMO),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UNICEF),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국제노동기구(ILO),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개발계획(UNDP), 식량농업기구(FAO) 등은 합작 보고서 '폭염에 맞선 행동 촉구(Call to Action on Extreme Heat)'를 발간했다.
세계보건기구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폭염 사망자는 연평균 48만9천 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안 폭염으로 인한 빈곤율은 9.1%, 식량 생산은 12% 감소했다.
국제노동기구는 노동자 작업 효율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기점이 33~34도라고 봤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1995년 기준 고온 현상에 따른 노동 효율성 감소로 초래된 경제적 피해 규모는 약 2800억 달러(약 388조 원)였다.
기온상승이 현 추세대로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노동자들이 작업할 수 있는 시간도 연평균 2.2%씩 감소해 2030년에는 노동 효율성 감소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가 약 2조4천억 달러(약 33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테흐스 총장은 "오늘 국제노동기구에서 발표할 통계를 보면 전 세계 노동자 가운데 약 70%에 달하는 24억 명이 폭염으로 인한 위험에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0명 가운데 4명, 중동은 10명 가운데 8명, 아프리카는 10명 가운데 9명꼴"이라고 설명했다.
극한 폭염 현상은 향후 식량난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됐다.
▲ 14일(현지시각) 가뭄이 든 인도네시아 자파케 지역의 한 쌀 농장. 물 공급이 끊긴 논이 메말라 있다. <연합뉴스> |
식량농업기구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세계 시민들이 주식으로 삼는 밀, 옥수수, 쌀은 고온 현상에 특히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쌀은 여름철 밤 기온이 27~32도를 기록하면 생산량이 최대 90%까지도 감소할 수 있다. 세계 쌀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이 지금도 밤 기온이 27도를 상회하는 날이 잦다는 것을 생각하면 쌀 생산량 급감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폭염이 가뭄 발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2022년 가뭄이 발생한 서유럽 작물 생산량은 약 45% 감소했고, 밀과 쌀 등은 30% 이상 감소했었다.
구테흐스 총장은 "극한 폭염은 인류와 행성 모두를 극한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지금이 오르는 기온이 맞서 우리 모두가 일어서 맞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