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상장한 엔터테인먼트기업이 모두 중국의 자본과 손을 잡았다.
판타지오가 13일 중국 금성투자그룹(JC그룹)을 최대주주로 맞이하면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기업은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중국기업은 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기업에 손을 뻗는 것일까?
◆ 중국, 한국콘텐츠로 무대 채운다
판타지오의 최대주주는 금성투자그룹이지만 판타지오의 경영은 나병준 대표가 맡는다. 중국에서 들여온 자본으로 한국경영인이, 한국배우를 길러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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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병준 판타지오 대표. |
중국기업이 한국 엔터테인먼트기업에 왕성한 식욕을 드러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능력을 활용해 플랫폼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한국콘텐츠에 3조 원가량 투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류확산전략’에서 “중국기업이 한국 엔터테인먼트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한국의 콘텐츠제작력과 브랜드가치에 편승하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를 유통해 플랫폼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기업이 한중합작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것은 물론 한국 엔터테인먼트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기업이 한국 엔터테인먼트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한 경우는 올해 2월까지 1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6건은 중국기업이 최대주주에 오르거나 경영권을 인수한 경우다.
최근에는 중국기업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기업의 음원을 독점유통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중국정부가 저작권관련 규제를 강화할수록 음악 플랫폼사업자가 음원을 독점하려는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벌일 것”이라며 “독점한 음원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텐센트는 5월 YG엔터테인먼트의 음원을 QQ뮤직에서 독점유통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며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 9%를 획득했다. 이에 앞서 알리바바는 2월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를 사들이며 SM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음원판권을 중국에서 독점하기로 했다.
‘빅뱅’, ‘슈퍼주니어’ 등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의 소속가수가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자 이들의 음원판권을 독점함으로써 플랫폼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마케팅전략으로 풀이된다.
◆ 중국은 한국기업의 거대한 수익원
한국 엔터테인먼트기업의 입장에서 중국은 국내시장보다 훨씬 큰 수익원이다.
중국 음원시장의 규모도 아직 초기단계인 것으로 평가받는데 2014년에 벌써 한국을 추월했다. 중국의 음원시장의 규모는 올해 9억17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로 1조426억 원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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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왼쪽)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는 2014년 “중국 문화콘텐츠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예측할 수 없다”며 “중국시장의 파급력은 세계에 퍼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국 엔터테인먼트기업이 중국기업과 손잡으면 만성적 자금난을 해소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중국시장에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독립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막고 있다. 또 연간 수입영화는 70편 정도만 개봉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규모도, 그래픽도 훨씬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만 중국에서 개봉해도 70편이 훌쩍 넘는 가운데 한국영화가 수입영화로 중국시장을 뚫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기업의 자본력을 빌어 한중합작 콘텐츠를 제작해야만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기업은 중국무대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중국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는 중국 화처미디어를 2대 주주로 앉혔고 드라마 ‘프로듀사’를 제작한 초록뱀미디어는 중국 DMG엔터테인먼트미디어그룹에 지분 25%를 내줬다.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으로 손꼽히는 화이브라더스는 이미연씨와 김현주씨 등이 소속된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의 최대주주다.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기업과 손잡아야 하는 것은 음악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기업도 마찬가지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중국은 공연계약을 할 때마다 조건이 달라지며 공연장소 대관료나 스태프 비용도 천차만별”이라며 “무대제작비용을 줄여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지사정에 밝은 중국기업의 도움이 필수”라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가수의 인기에 힘입어 콘서트티켓 매출을 크게 늘린다고 해도 무대제작비와 콘서트마케팅비용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