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첫 연말인사를 통해 구체화시킨 기업금융 강화 카드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연말 인사에서 우리은행 내에 기업금융 전문가를 전면배치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양대 부문장은 나란히 자리를 내려놓는다.
조병규 행장 체제를 굳건히 하고 기업금융에 힘쓰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8일 우리은행은 양대 부문인 국내영업과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 자리에 모두 기업금융 경험이 풍부하고 상업은행 출신인 김범석 부동산금융그룹장과 기동호 IB그룹장을 임명했다.
두 신임 부행장 모두 기업금융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기동호 기업투자금융 부문장은 1965년생으로 광주상고와 경기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그 뒤 부천중앙지점 지점장과 미래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동역삼동금융센터 센터장, 여의도기업영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한 뒤 IB그룹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김범석 국내영업 부문장은 1966년생으로 서대전고와 충남대학교 무역학과를 거쳐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그 뒤 삼성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과 중국우리은행, 여의도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대기업심사부 부장과 대기업심사부 본부장을 지낸 뒤 부동산금융그룹장 자리에 있었다.
김 국내영업부문장의 경력은 특히나 이석태 전 부문장이 주로 은행과 지주의 전략 분야에서 일해왔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강조 흐름 속 시선을 돌리던 중소기업 분야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그룹을 맡아 온 정진완 본부장이 부행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그룹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단행한 3월 조직개편에서 기업그룹에서 분할해 새로 만든 조직이다.
정 부행장은 9월7일 우리금융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에도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이날 2027년까지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목표로 전체 대출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을 2027년까지 6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 인사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부담을 덜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양 부문장을 맡고 있던 이석태 부행장과 강신국 부행장이 퇴임하기 때문이다. 둘은 모두 입행기준 조 행장보다 선배인 데다 올해 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에서 조 행장과 경쟁을 펼쳤던 사이다. 특히 이 부행장은 막판까지 최종 2인으로 치열히 경쟁했다.
▲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7월28일 서울 본점에서 열린 2023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은행> |
임원인사와 함께 이뤄진 조직개편도 조 행장의 기업금융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IB그룹과 기업그룹을 CIB그룹으로 통합하고 중견기업 맞춤형 금융지원 전담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우리금융은 이를 두고 “투자금융 및 해외투자업무 집중도를 높여 기업고객 차별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부문장들이 조 행장과 같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채워져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통합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둬 두 곳 출신 미묘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탕평인사가 불문율처럼 이어져왔는데 이번 인사로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기업금융 영업력에 신경 쓰면서 조 행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지주는 전략, 회사는 영업’이란 방침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앞서 5월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를 우리은행장에 선임하면서도 “‘지주는 전략, 자회사는 영업’이란 그룹 경영방침에 따라 은행장 선임기준을 ‘영업력’에 최우선적으로 뒀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우리금융은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기업금융의 명가로 인정받아왔다”며 “이러한 평가를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기업금융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자”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