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카드가 2007년 통합 출범 이후 지켜온 '1위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 부진으로 2위인 삼성카드와의 순이익 격차가 큰 의미없는 수준으로 좁혀져서다.
첫 내부출신으로 수장에 오른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수익성 개선 방안으로 확장일로에 있는 데이터사업 고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첫 내부 출신 대표이사인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신한카드의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수익성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순이익 기준으로 2분기 실적발표를 마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우리·하나) 가운데 1위를 지켰으나 2위 삼성카드와 격차는 51억 원에 불과했다. 양사의 순이익 차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 81억 원이었다.
신한카드는 2007년 통합 신한카드 출범 이후 1위를 유지해온 시장점유율에서도 삼성카드와 격차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 20.0%에서 2022년 19.6%로 줄어든 반면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 17.5%에서 2022년 17.8%로 올랐다. 점유율 격차가 2.5%포인트에서 1.8%포인트로 작아진 것이다.
신한카드는 2023년 2분기 영업수익 1조3090억 원, 순이익 150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2022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영업수익은 6.0%, 순이익은 36.6% 줄어든 것이다.
신한카드 부진은 기준금리와 함께 오른 조달금리 때문에 업황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한 신한카드의 순이익 감소율이 36.6%였던 반면 삼성카드의 감소율은 6.5%로 나타나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카드의 1위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서도 신한라이프에 순이익 기준 비은행 계열사 1위 자리를 내줬다. 신한라이프는 2분기 순이익 1779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신한카드가 밖으로는 삼성카드, 안으로는 신한라이프에 쫓기는 가운데 올해 1위 자리를 가를 하반기 성과는 문 사장에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 사장은 카드업계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카드사업 전문가이며 2007년 통합 신한카드 출범 이후 내부 출신으로 처음 사장에 선임됐다.
신한카드 노조도 문 사장이 자리에 오르기 전 사측에 ‘내부 출신’ 대표이사를 선임하라는 요구를 했던 만큼 그가 받는 기대는 컸다.
문 사장은 이런 노조의 기대 뒤에 선임된 만큼 첫 신한카드 내부 출신 대표이사로서, 카드업 전문가로서 신한카드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신한카드는 자금조달비용 문제로 하반기에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다만 신한카드는 1위 유지를 위해 하반기 성과가 절실하지만 본업인 카드 사업에서 자금조달비용 문제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여신금융전문회사채(여전채)의 금리는 7월 기준 AA- 등급은 4.6%, A+ 등급은 5.5%로 나타났다. 전월 말 대비 각각 7.6bp(1bp=0.01%포인트), 4.0bp 확대된 수준이다.
신한카드가 연말까지 4천억 원 규모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시행한다는 점도 수익성 개선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 사장은 카드사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데이터 사업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지정돼 데이터 사업을 확장했다. 국내 최초 민간데이터댐 그랜데이터 사업, 마이데이터 사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사업 등 데이터 사업 라인업도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전문기관은 기업이 전략수립 및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해 금융분야를 포함한 가명정보 결합을 요청하면 이를 안전하게 결합 처리해 제공하고 익명처리된 정보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관이다. 현재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은 12개다.
신한카드는 2022년 데이터 사업 관련 매출로 약 100억 원을 올린 여세를 몰아 올해는 관련 매출의 의미있는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하반기 수익성 개선과 관련해 "조달금리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관련 자구책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며 "수익성 강화를 위해 데이터 사업 등 신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