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스위스 최대 은행인 스위스연합은행(UBS)이 최대 라이벌을 인수한다.
20일 UBS 보도자료에 따르면 UBS는 최근 위기에 처해 있던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을 인수하기로 했다.
▲ 스위스 2위 규모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라이벌인 UBS에 인수됐다. 사진은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위키피디아> |
이로써 UBS는 총 31억5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으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게 된다. 이에 앞선 마지막 거래일 크레디트스위스의 가치는 약 80억 달러였다. 본래 이와 같은 인수과정에선 주주 표결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스위스 당국은 법을 고쳐 이 절차마저 없애버렸다.
이는 그만큼 사태가 절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지방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에 전세계 금융업계에 위기 신호가 켜진 가운데 전세계 5위 규모를 자랑하는 크레디트스위스가 그 다음 파산하는 은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은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스캔들에 휩싸여 고객들의 신뢰가 떨어져 있었다. 여기에 2022년 회계 과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짐과 동시에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투자는 없다는 발언이 겹쳐 크레디트스위스 주가가 폭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파산하면 전세계 금융위기로 번질 확률이 높아 스위스와 미국, 영국 당국은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함게 강구했다.
결국 스위스 당국의 지원 하에 스위스 1위 은행 UBS가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인수 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UBS에 11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또 인수 과정에서 자산 손실이 발생할 경우 스위스 정부가 UBS에 최대 9억6천만 달러 규모의 보전금을 지급한다.
이로써 크레디트스위스는 166년의 여정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856년 스위스 국내 철도 사업에 자금을 대기 위해 설립된 은행이다. 이후 몸집을 점점 키워 미국 최대 은행인 제이피모건과 한 때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콤 켈러허 현 UBS 회장이 새로 출범하는 은행의 회장직을 그대로 맡는다. 랄프 헤이머스 현 UBS 최고경영자(CEO)도 새 은행의 최고경영자가 된다.
켈러허 회장은 인수 발표 기자 회견에서 "크레디트스위스의 투자은행(IB) 부문 규모를 줄일 것이고 UBS의 보수적 투자 문화를 주입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