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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03-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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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의 현재 모습(왼쪽)과 서울시 자료에 나온 재건축 조감도(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50살’ 역사를 뒤로 하고 65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교아파트(59층), 삼부아파트(55~56층), 한양아파트(54층), 공작아파트(49층) 등 1970년대 지어진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이 최근 초고층 재건축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시범아파트는 1971년 처음 들어설 때도 당시 한국 최고층(12층) 아파트로 지어졌다. ‘시범’이라는 이름도 앞으로 서울에 지어질 아파트 단지의 시범이 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50년 전 서울시가 60억 원을 들여 ‘야심차게’ 선보인 최신식 아파트, 한국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중앙난방이 도입된 시범아파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50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을까?
 
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문’에서는 3월31일까지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50년 변화상을 다룬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전시회가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출구 밖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문’에서 사진과 그림, 영상자료 등을 통해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50년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3월31일까지 갤러리문에서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50년 변화상을 다룬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전시회는 건축가, 조경가, 사진가, 화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8명이 참여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복도 구조를 보여주는 입면 설계도부터 주민들이 직접 단지 공간을 표현한 인지지도, 아파트 단지 외부가 변해온 모습을 담은 사진, 아파트 건설배경과 준공식 모습 등을 볼 수 있는 영상자료까지 다채로운 볼거리가 소소하게 채워져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문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전시장에 김지애 화가가 2021~2022년 시범아파트를 직접 찾아가 보고 그림으로 표현해낸 평면드로잉 작품이 걸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그리 크지 않은 전시회장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현재 한국 대단지 아파트의 전형을 만든 여의도 시범아파트 24개 동의 모습을 그림으로 재해석한 평면 드로잉 작품이 보인다.

흔히 ‘성냥갑’ 아파트라고 말하는 네모난 세대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모습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온다.

그림 작품들 사이 벽면에는 서울역사박물관, 국가기록원, KTV국민방송영상 등에 남아 있는 흑백의 여의도 시범아파트 자료들이 빔프로젝터를 통해 재생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장마 때마다 한강물이 범람하던 모래땅, 여의도에 가장 먼저 지어진 아파트 단지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 여의도에 가장 먼저 들어선 12층 높이 24개 동, 1584세대 아파트다. 사진은 이정우 작가의 '관조, 2021~2022년 여의도 시범아파트 풍경' 작품 사진 가운데 하나. <비즈니스포스트>
여의도는 1960년대 중반까지도 여의도 비행장을 중심으로 공군부지가 자리 잡고 있고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땅이었다.

서울시는 1967년 이 여의도의 모래땅을 택지지구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뒤 여의도종합개발계획을 발표했고 여의도 둘레를 따라 윤중제(제방)을 설치하면서 여의도는 인공대지로 변화했다.

시범아파트 건설은 아직 여의도 대지 매립작업이 진행 중이던 1971년 서울시가 60억 원가량의 재원을 투입해 진행한 사업이다. 여의도 개발로 재정난이 심화되자 시범아파트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나머지 택지를 민간에 빨리 매각하기 위한 전략사업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시회에 틀어진 KTV국민방송 자료화면 등을 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 준공식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양택식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시범아파트 사업이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였다는 점이 와닿는다.

1971년 신문에 나온 여의도 시범아파트 분양공고와 발코니, 복도 사진 등에서는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과 ‘하이엔드’ 단지의 모습을 겹쳐보는 재미가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문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전시장에 전시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1971년 분양공고 자료.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최고층, 최신식 아파트였던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당시 ‘고급아파트’로 불리는 고가 아파트였다. 분양공고 홍보문구도 ‘갖는 자랑, 사는 즐거움, 꿈이 있는 마이홈!’으로 분양가는 전용면적 60㎡가 212만 원, 79㎡는 278만 원, 118㎡는 422만 원, 156㎡는 571만 원이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천만 원을 넘어섰고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은마아파트는 3.3㎡당 일반분양가가 7700만 원으로 예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50년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또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복도공간을 두고 각 세대 현관 출입문 앞에 두 칸짜리 계단이 있었다. 대지와 복도, 엘리베이터 등 설비를 공동으로 쓰면서도 각 세대는 독립된 주택의 모습을 남겨둔 것이다.

그림과 영상 작품들을 지나 한 쪽에 전시된 아키텍토닉스 건축가사무소 대표인 강난형 건축가 등이 시범아파트의 복도 모습을 담은 ‘아파트 카탈로깅’ 책자를 보면 시범아파트 현관문 앞의 계단 사진도 볼 수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문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전시장에 전시된 아파트 카탈로깅 책자에는 복도샷시와 현관문 앞 2층 계단 등 복도 모습을 담은 사진자료도 담겨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전시회장의 중앙과 안쪽 벽면에는 이정우 사진작가가 찍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풍경이 모니터에서 재생된다.

이 작가는 작품 설명에 “시골풍경으로 대변되는 부모 세대 고향의 이미지가 아닌 도시에서 자란 우리 세대 고향으로 기억될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오늘을 사진으로 남긴다”고 적고 있다.

민병욱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는 항공사진을 통해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의 식물들과 단지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1970년대 시범아파트 단지에 심었던 은행나무가 50년 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평소에 잘 생각하지 못했던 아파트 외부공간과 풍경에 입혀진 세월을 느껴볼 수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 2023년 2월 여의도 시범아파트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고층 아파트의 정의도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던 시기 서울시가 민자건설을 통해 건설한 아파트다.

시범아파트의 뒤를 이어 여의도 택지에 줄줄이 들어섰던 ‘반백살’ 아파트들은 다시 한 번 서울시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타고 이번에는 50층, 60층 마천루 아파트로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여의도 초고층 아파트 역사에서도 시범아파트가 ‘시범’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서울시 대규모 재건축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돼 65층 2500세대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3종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정비계획을 확정한 뒤 이르면 상반기에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혜린 기자
 
여의도 시범아파트 50년, 12층에서 65층으로 이어지는 '최고층' 자존심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문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전시장에 전시된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풍경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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