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확대되면서 증권업계는 위탁매매 수수료수익 급증에 힘입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말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 영향으로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는 대규모 평가손실도 이어지고있다.
KB증권 외에도 대부분 증권사들이 지난해 대비 절반에 그치는 저조한 실적을 내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렇듯 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불황 속에서도 KB증권 IB부문은 홀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3분기 누적 IB수수료수익은 32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16억 원과 비교해 20.3% 늘었다.
IB수수료를 포함해 위탁매매 수수료, 금융상품 수수료, 기타수수료 등 전체 수수료수익 가운데 IB수수료수익만 홀로 1년 전보다 증가했다.
KB금융은 "올해 채권발행시장(DCM), 주식발행시장(ECM),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등 IB 전체 부문에서 업계 최초로 4관왕을 달성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확고한 시장지위를 확보해 온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IB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수수료수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전체 순수수료수익은 3분기 누적 기준 6658억 원으로 1년 전 8102억 원과 비교해 17.8%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KB증권의 전체 IB부문 수익은 상반기 기준 241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621억 원보다 무려 49% 증가했다.
위탁매매(-42%), 자산관리(-16%), 자기매매(적자전환), 금융부문(-4%) 등 사업영역의 영업수익이 대폭 감소하는 동안 IB부문만 실적 증가세를 이어갔다.
KB증권 IB부문은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상증자와 WCP의 기업공개 주관업무를 수행하면서 미청약 물량을 인수해 대규모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업황 부진 속에서도 IB부문 홀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올해 채권발행시장(DCM)과 함께 IB부문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발행시장(ECM)에서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B증권은 전통적으로 DCM부문 강자로 꼽힌다. 2013년부터 줄곧 DCM 1위 자리를 지켰는데 반면 ECM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김성현 사장은 2019년 KB증권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ECM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올해 드디어 1위 오르며 목표 달성을 앞두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IB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IB1, 2총괄본부를 IB1, 2, 3총괄본부로 확대 개편했는데 IB1,2총괄본부는 기업고객 대상 영업을 담당하고 신설된 IB3총괄본부는 부동산·대체투자를 담당하도록 했다.
김 사장은 IB업계에 30년가량 몸담은 전문가로 꼽힌다. 국내 대기업들의 핵심 경영진은 물론 기업의 내부 사정까지 파악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기업들이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 내놓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1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투자금융(IB)만큼은 1등인 증권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