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한 정관변경을 추진한다.
김범수 의장 등 카카오 핵심 경영진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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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의장. |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30일 제주도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데 정관 제 20조3항 내용을 삭제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한다.
카카오 정관 20조3항은 신주 발행으로 회사 주인이 바뀌거나 발행주식 수의 40%가 넘는 신주를 발행할 때 임시주총을 열여 주주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문구가 삭제될 경우 신주를 발행할 때 이사회의 의결만 거치면 된다. 안건이 통과되면 자연히 카카오 이사회 권한이 대폭 커지게 된다.
카카오는 2014년 정기주총에서도 이 안건을 상정했으나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이재웅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카카오 지분은 전체의 14.86%에 불과해 주총 장악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전체 지분의 40%에 이른다. 카카오가 올린 안건이 통과될 공산이 그만큼 크다.
다만 경영에서 주주의 참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카카오가 이사회 권한을 높이려는 것은 김범수 의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주발행과 같은 의사결정을 할 때 주주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어지면 자연히 이사회의 권한은 더욱 커진다.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결정한 유상증자가 마무리 되면 김범수 의장의 지분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이사회 권한확대 방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카카오 지분 20.95%를 보유하고 있는데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결정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지분율은 18.9%로 줄어든다.
이사회 권한을 키우려는 카카오의 방침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IT기업에서 빠른 의사결정 속도는 성공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카카오가 2014년 합병한 뒤 덩치는 커졌지만 사업에서 부진을 겪은 것도 느려진 의사결정 속도와 무관치 않다.
카카오는 합병 뒤 한 팀에 카카오 팀장과 다음커뮤니케이션 팀장을 모두 배치하는 등 의사결정 라인에서 혼선을 겪었다.
카카오가 설립 초반 빠른 의사결정과 발빠르게 신사업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것을 재현하려면 정관변경을 통해서라도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 적합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전략 방향을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잡으면서 다양한 신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면 인수합병이나 신규사업 진출과 같은 사업전략을 지금보다 활발하게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