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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통매각 쉽지않아, 유명순 분리매각 바꿀 수도

윤종학 기자
2021-05-12   /  15:49:37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소매금융 출구전략을 놓고 고심이 깊어 보인다.

유 행장은 지난해 민간은행 최초 여성행장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국씨티은행 행장에 올랐지만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철수계획을 내놓으며 원만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통매각 쉽지않아, 유명순 분리매각 바꿀 수도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유 행장은 소매금융을 통매각할 계획을 세웠지만 높은 매각가격, 인건비, 사업 경쟁력 등 걸림돌도 많아 보인다.   

12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유 행장은 최근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무조건 통매각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통매각, 부분매각, 단계적 철수 등 3가지 방안 가운데 통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앞으로 매수 의향자를 살펴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행장이 소매금융 출구전략 놓고 통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노조와 갈등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출구전략으로는 통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철수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됐는데 이 가운데 분리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매각가격이 1조~2조 원 사이로 높게 예상되는 만큼 자산관리, 신용카드, 대출 등 소매금융 각 사업부문을 별도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고용유지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 철수보다는 매각을 추진하고 매각방식에서도 분리매각보다는 통매각을 우선 검토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 내 인수합병(M&A)팀과 국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CGMK) 2곳을 통해 자산관리, 신용카드, 대출 등으로 구성된 소매금융 통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 행장은 씨티그룹의 계획에 맞춰 소매금융 철수에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행장직을 이어가려면 철수 과정에서 갈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유 행장이 통매각 방식을 가장 먼저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씨티그룹이 소매금융에서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분리매각과 철수에 반대입장을 냈다.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에 근무하는 임직원은 약 2500명으로 파악된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으면 총파업 등 강력한 쟁의는 물론 언론과 정치권 등을 통한 여론전도 벌일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유 행장이 씨티그룹과 노조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통매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매각가가 최대 2조 원에 이르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매금융을 통으로 매입할 수 있는 자본을 갖추고 있어 금융지주들이 잠재적 인수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지만 금융지주들은 한국씨티은행 인수를 놓고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최근 은행업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전체 수익 가운데 비은행 비중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은행 비중을 줄이는 상황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을 굳이 인수할 필요성이 적은 셈이다.

고용승계를 통한 높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것도 매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 임직원들은 평균 근속연수도 18년 이상으로 주요 시중은행보다 높은데 평균 연봉도 지난해 기준 1억1200만 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까지 고려하면 고용승계에 따른 비용만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 행장이 통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지만 인수기업을 찾지 못하면 결국 분리매각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오히려 분리매각을 추진하면 신용카드, 대출, 자산관리 등 사업을 보완하고 싶은 금융사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부터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염두해 둔 카카오뱅크, 자산관리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KB금융지주, 제1금융권 진출을 꾀하고 있는 OK금융그룹 등이 분리매각에는 관심을 보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이미 지점과 직원들을 줄이고 있는 기존 금융권에서 미래에 지불해야 할 퇴직금만 1조 원 이상에 이르는 소매금융 통매수 인수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매각이 무산되면 분리매각 등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 행장은 지난해 10월 국내 민간은행 첫 여성행장으로 취임했지만 소매금융 철수 등 씨티그룹 차원의 굵직한 결정이 내려지며 행장으로서 경영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씨티그룹과 한국씨티은행 노조 사이에서 원만한 결론을 이끌어내야 기업금융에 집중해 경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유 행장은 한국씨티은행 대내외적으로 기업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1987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와 다국적기업부 심사역, 다국적기업 본부장 및 기업금융상품 본부장을 거쳐 부행장에 올랐다. 

잠시 한국씨티은행을 떠난 2014년에도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 공동지점장으로 근무하며 기업금융총괄책임자를 맡는 등 외부에서도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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