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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키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적 고향’이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해 롯데그룹의 수장으로 성장했다.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거센 경영권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신동빈 회장에게 롯데케미칼은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이 30일 롯데케미칼을 통해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롯데케미칼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이번 인수로 롯데케미칼은 정밀화학분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매출을 15조 원에서 20조 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에서 화학사업의 비중도 20%에서 25%로 높아진다.
◆ 신동빈, 롯데케미칼에 각별한 관심
롯데케미칼은 최근 들어 적극적 투자를 통해 그룹 내에서 눈에 띄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투자확대는 신동빈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번 화학계열사 인수 역시 신동빈 회장이 주도했다.
롯데케미칼은 얼마 전 신 회장의 관심 속에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수르길 가스전을 개발하고 이곳에서 나오는 가스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가스화학단지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롯데케미칼은 수르길 프로젝트에 대해 저렴한 원료를 확보하고 최종제품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신 회장은 2013년 직접 우즈베키스탄 정부를 설득해 통관과 교통인프라 등의 협조를 이끌어 냈다. 신 회장은 이 사업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두 번이나 방문했고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사업협조를 요청하는 등 수르길사업에 공을 들였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북미 에탄분해설비(ECC) 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2조9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로 국내기업 최초의 북미 셰일가스사업 진출이다.
당시 투자에 대해 저유가 국면에서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ECC의 원가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원료를 다변화해 불확실한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투자 결정을 내렸다. 에틸렌사업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생산규모를 연간 400만 톤 규모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ECC 합작사인 미국 엑시올 대표들을 매년 4월 열리는 롯데 LPGA챔피언십에 초청하는 등 공을 들였다. 신 회장은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방한했을 때에도 ECC 투자를 논의했다.
◆ 신동빈 경영능력 결정체, 롯데케미칼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확보했으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내세워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경영권 탈환의 기본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을 잘 못해 중국에서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며 줄기차게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성장시켜 화학업계 선두기업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사업 추진에 신 회장의 이름을 앞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상장과 인수합병을 진행해 롯데케미칼의 몸집을 불렸다. 2004년부터 호남석유화학 공동대표이사도 맡았다.
롯데케미칼은 1990년 매출 2800억 원, 순이익 152억 원에서 2012년 매출 15조9천억 원, 영업이익 37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에 이어 그룹 내 매출 2위로 올라섰다.
롯데그룹은 유통부문의 이미지가 강해 내수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롯데케미칼은 대표적 글로벌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의 60%가 넘는 10조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롯데케미칼은 매출 기준으로 화학기업 가운데 아시아에서 9위, 글로벌 30위에 올라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영실적은 올해도 좋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1조470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올해 이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만 1조3천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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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회장(왼쪽)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2013년 12월 롯데케미칼 합병 및 CI선포식을 열고 있다. |
◆ 롯데케미칼, 신동빈의 최후의 보루일까
신동빈 회장이 최악의 경우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 롯데케미칼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한국롯데는 롯데케미칼의 존재로 일본롯데와 사업영역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는 제과사업, 호텔사업, 유통사업 등 비슷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으나 화학사업은 한국롯데만 하고 있다.
일본롯데를 이끌었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화학사업은 낯선 분야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연대할 것으로 보이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에서만 근무했을 뿐 롯데케미칼에 몸담은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타협이 모색된다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쪼개기보다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서 분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이런 관측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경우를 전제로 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서도 한발 벗어나 있다.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가 아니라 롯데물산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분은 롯데물산이 31.27%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호텔롯데는 12.68%에 그친다.
신동빈 회장도 롯데케미칼 지분을 0.3%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상장사 8곳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영자 이사장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신동빈 회장만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곳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손해보험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