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이 서울 강남사옥 매각을 추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나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새 자본규제안인 킥스(K-ICS) 도입에 앞서 부동산 보유에 따른 준비금 부담을 낮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4일 현대해상에 따르면 서울 강남타워 매각 협상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토지신탁과 구체적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만큼 업무협약 체결, 실사, 매매계약 조건 협의 등 절차를 위해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 강남타워는 지하 7층~지상 19층, 연면적 3만4983m² 규모의 오피스빌딩으로 2011년 완공됐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가깝고 테헤란로 대로변에 있어 입지가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현대해상이 빌딩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해상 강남타워 매각주관사인 JLL코리아는 3일 강남타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토지신탁을 선정했다.
현대해상이 강남타워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지속적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순이익 2504억 원을 냈다. 2018년 순이익 3590억 원보다 30.2%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오르는 등 보험업황 악화로 2017년 순이익 4728억 원을 거둔 이후 이익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강남타워를 매각하는 것은 2022년 도입되는 킥스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킥스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지급여력(RBC)비율을 개선한 자본규제안이다.
킥스가 도입되면 부동산 보유에 따른 준비금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현행 지급여력에서는 부동산 위험계수를 업무용도 6%, 투자용도는 9%로 보고 있지만 킥스에서는 25%로 본다.
부동산자산 1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기존 제도에서는 6억 원 또는 9억 원의 준비금이 필요하지만 킥스 도입 이후에는 25억 원의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해상이 강남타워를 보유했을 때 필요한 준비금은 최대 270억 원에서 750억 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현금 및 예금자산은 리스크가 거의 없는 만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자산을 매각해 현금성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자산운용에 유리하다.
현대해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동산자산 매각 외에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도 나섰다.
현대해상은 5월 만 45세 이상 또는 근속 20년 이상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80여 명을 내보냈다. 현대해상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저금리로 역마진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영 효율화를 위해 고연령·고직급 직원들을 줄인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