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팀의 활동이 한국을 넘어 미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공조 요청을 받은 미국 법무부가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의 주택 매각대금 몰수를 법원에 청구했다. 몰수가 확정되면 이 돈은 국내로 환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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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비엘에셋 대표이사. |
한국의 요청을 받은 미국 법무부는 산하기관인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수사에 들어갔다. 전재용씨의 장모 명의로 되어있는 캘리포니아 주택을 조사한 결과 실제 집주인이 전씨인 것을 확인했다. 이 집은 2005년 전재용씨의 부인인 탤런트 출신 박상아씨가 224만 달러(한화 23억 원)에 구입했다.
FBI는 사태를 계속 지켜보다가 올해 2월 집이 팔리자 바로 행동에 나섰다. 집을 판 돈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은행에 예치됐고 FBI는 이 돈을 압류했다. 전재용씨가 미처 손을 쓰기 전이었다.
미국법무부는 24일 이 돈에 대한 몰수를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몰수는 범죄행위의 결과로 얻은 물건 따위를 국가가 강제로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미 법무부는 몰수 청구서류에서 "주택 구입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 친인척들이 부정부패로 모은 재산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집이 팔린 가격은 212만 달러지만 몰수금액은 은행 차입금과 세금, 중개수수료 등을 제외한 7억5천만 원이다. 미국 AP통신은 "매각 대금은 미 법원의 승인을 거쳐 한국 정부로 환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위해 한국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미국 FBI 로스앤젤레스 지부,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국이 공조했다며 "몰수가 확정될 경우 사법공조로 미국 내 범죄수익이 환수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건을 전하면서 "미국은 부패한 외국지도자들이 불법 재산을 숨겨놓는 도피처가 아니며, 국내외 파트너와 함께 불법재산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돈이 국고로 환수되더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7년간 내지 않은 추징금은 아직 1천억 원 넘게 남아있다. 지난해 출범한 전두환 추징금 환수팀은 지금까지 422억 원을 환수했을 뿐이다. 이는 총 미납액의 43%이며 남은 추징금은 1250억 원이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대기업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1997년 추징 판결을 받았지만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 주장하며 돈을 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미국에 숨겨놓은 전 전 대통령의 다른 재산을 찾아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내에 있을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나머지 자산도 추적 중"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미국 법무부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