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요구는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김훈 작가가 시민사회단체 '생명안전 시민넷' 홈페이지에 올렸던 호소문 중 일부다.
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스러진 고 김용균씨가 우리 사회에 던진 이 화두는 건설업계 최고경영자들이 특히 더 가슴에 새겨야 한다.
정부 통계를 보면 국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절반가량이 건설현장에서 일어난다. 건설현장 사망사고자 가운데 대부분이 김용균씨처럼 하청업체 소속이다.
현대건설
박동욱 대표이사 사장이 안전관리비용으로 올해 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은 데는 노동자의 안전을 향한 엄중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안전은 '그레이트 컴퍼니 현대건설'을 내건 박 사장에게 실적 확대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중대재해 ‘제로’를 내건 2019년에도 서울 목동 수몰사고를 포함해 최소 8명의 노동자가 현대건설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현대건설은 2005~2014년까지 10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110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전체 기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단순히 계산하면 1년에 11명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2007년, 2012년, 2015년 3차례나 시민단체 등이 선정한 최악의 산재업체로 뽑혔고 올해도 이 불명예를 안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은 '건설 맏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런 수식어가 무색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건설사 사망사고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층 처벌이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벌어질 단 한 번의 사고가 낳을 사회적 파장은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다.
현대건설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많지 않아 보인다. 돈과 생명을 교환하는 기업의 행태에 사회는 더 이상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건설의 현장안전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박동욱 사장의 말에는 절실함마저 느껴진다.
말이 단순한 구호나 수사적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힘을 얻을 때 비로소 진정성을 갖추게 된다.
정부가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한 직후인 2018년에는 타워크레인 사망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은 2018년 10명의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사망했지만 2019년 ‘안전관리 종합개선대책’을 강도 높게 시행한 결과 사망사고를 1건으로 줄였다.
이렇듯 확실한 성과를 박 사장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현대건설은 박 사장이 내건 '그레이트 컴퍼니'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