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의 현대백화점 공격경영 곳곳 암초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뉴시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공격경영으로 선회하며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암초를 만났다. 프리미엄 아울렛사업은 올해 출점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재도전에 나선 동양매직 인수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해 고전이 예상된다.


◆ 무산 위기 프리미엄 아울렛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 문정동 프리미엄 아울렛사업이 점포주들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문정동 복합쇼핑몰인 ‘가든파이브’에 첫 번째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기 위해 ‘가든파이브 관리단’을 통해 입점을 추진해 왔다. 가든파이브 입주상인 대표들로 구성된 관리단은 점포주들로부터 매장 일괄임대를 위한 위임장을 지난달부터 받아왔다.


하지만 관리단은 지난 11일 사업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위임장 접수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관리단이 지난 10일까지 위임장을 접수한 결과 총 332명의 점포주 중 206명만 동의했다. 김인호 가든파이브 관리단 대표는 점포주들에게 “접수가 저조해 현대백화점도 실망했다”라며 “더 이상의 사업진행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 일괄임대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현대백화점은 난감해졌다. 정지선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리미엄 아울렛이 출발도 하기 전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올해 공격경영을 선언하며 프리미엄 아울렛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사업포기를 현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가든파이브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서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서면 기존 점포주들도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든파이브 아울렛은 애초 계획된 사업이 아니었다. 정 회장은 올해 12월 김포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에 판교와 송도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순차적으로 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프리미엄 아울렛사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삼으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정 회장은 그동안 내실에 집중한 나머지 단 한 곳의 프리미엄 아울렛도 열지 못했다. 업계는 정 회장이 지나치게 신중해 너무 늦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가든파이브 입점계획은 조금이라도 경쟁사와 격차를 좁히고 싶었던 정 회장의 의욕이 반영된 것이었다.


정 회장이 애초부터 문제가 예상됐던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회장은 3월 말까지 점포주들로부터 동의를 받고 5월까지 계약을 완료해 오는 9월 매장을 연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점포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만약 일부 점포주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 전체가 멈추게 된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유통업계에서 “점포주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현대백화점이 위임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9월 개장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기존에 입점한 이랜드 NC백화점의 반발도 예상됐다. NC백화점은 이미 2010년부터 입점한 상태지만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모가 비슷한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하루 평균 방문자수가 30만 명인데 비해 NC백화점은 방문자 수가 5만 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 아울렛이 들어오는 것을 NC백화점이 반길 리 없다. NC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아울렛과 영업이 많이 겹쳐 입점업체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 강자 만난 동양매직 인수전


정 회장이 지난달 19일 뛰어든 동양매직 인수전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강력한 경쟁상대를 만나 인수가격이 또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인수전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부담을 느끼고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동양매직 인수를 놓고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교원그룹 등 현재 예비실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각자 나름대로 인수자금을 마련했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한앤컴퍼니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9월 웅진식품 인수전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웅진식품 인수전에 신세계푸드와 빙그레, 아워홈, SPC그룹, 푸드엠파이어 등이 참여했다. 인수합병 전문가들은 대기업인 신세계푸드나 빙그레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승자는 한앤컴퍼니였다. 한앤컴퍼니는 1150억 원을 제시해 두번째로 높은 금액인 900억 원을 제시한 빙그레보다 250억 원이나 많았다.


동양매직 인수전에서도 한앤컴퍼니가 높은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동양매직 인수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인수 가격은 약 1천억 원대 중후반으로 알고 있다”며 “한앤컴퍼니가 동양매직 인수에 진심을 보인다면 2천억 원 이상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인수경쟁이 치열해져 금액이 올라가면 정 회장이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현대백화점 내부에서 이번 인수 참여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야심차게 인수했던 한섬이 여전히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 동양매직 인수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섬 인수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정 회장이 동양매직 인수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인수 경쟁에 들어가기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내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