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정훈 SBS 사장, 양승동 KBS 사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최승호 MBC 사장이 5월28일 방송3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등 지상파3사 사장들의 시름이 깊다. 부진한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은 터에 모두 내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 교체로 방송환경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경영 반등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 양승동 최승호 비상경영 엄중한데 내부도 시끌시끌
11일 업계에 따르면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은 얼마전 나란히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양 사장은 7월18일 연간 600억 원을 절감하기 위한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최 사장 역시 올해 140억 원, 내년 500억 원의 비용을 줄이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KBS와 MBC의 비상경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이 많다. KBS는 상반기에 영업적자 530억 원을 내 연간 적자가 1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MBC 역시 상반기에 손실 445억 원을 봐 올해 적자 900억 원이 예상된다.
부진한 실적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내부에서 양 사장과 최 사장을 흔드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의 리더십이 적잖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양 사장은 KBS 내 보수노조인 KBS공영노조로부터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 활동과 관련해 꾸준히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양 사장을 고용노동부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수노조 뿐 아니라 제1노조인 KBS노동조합이 비상경영계획 중 지역국 통폐합 문제에 반발하며 계획을 전면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삭발투쟁을 전개했다.
MBC 최 사장은 직장내 괴롭힘 1호 진정 사건에 휘말렸다. 최 사장이 취임한 뒤 내보냈던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7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6~2017년 MBC 파업 당시 계약직으로 채용됐는데 최 사장 취임 후 계약이 해지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을 놓고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는데 사측이 불복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보수성향의 MBC노동조합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최 사장을 지목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7월26일 성명에서 “MBC 하루 광고 매출이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비슷해졌다”며 “MBC에 경영위기가 아닌 생존위기가 닥쳤다”고 주장했다.
◆ SBS도 실적 부진 노사갈등 마찬가지
SBS는 지난해 소폭의 흑자를 내는 등 다소 사정이 낫다고는 하지만 역시 실적이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SBS는 올해 1분기에 적자 280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250억 원 이상 증가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지상파3사 중 가장 먼저 월화드라마 대신 예능을 대체편성하는 등 비용 절감을 시도했다.
박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얼마 전 이사회에서 9월 초에 열리는 방송의날 축하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지상파 경영악화 등의 환경을 고려한 것인데 KBS와 MBC뿐 아니라 SBS의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민간기업인 SBS의 노사갈등은 KBS나 MBC보다 훨씬 심각하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SBS의 오너인 태영건설 대주주 윤석민 회장이 SBS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윤 회장과 박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박 사장은 7월 말 지상파방송 산별교섭에 불참하고 담화문을 발표해 노조가 대주주 교체투쟁을 하고 있다면서 강도 높게 노조를 비판했다.
박 사장은 “노조의 투쟁이 존립을 위협하는 지경”이라며 “갈수록 사업성이 악화하고 노사분규를 겪은 회사를 누가 인수할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 방통위원장 교체, 중간광고 도입에 기대
지상파의 근본적 문제는 저조한 광고 매출 등으로 경영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지상파 광고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 사장들이 비상경영과 경영혁신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안팎의 요구를 쉽사리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장 교체가 지상파 경영난 완화의 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린다. 지상파3사 사장들은 그동안 경영난 해소를 위해 중간광고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으나 방통위에서 보류를 했기 때문이다.
최승호 MBC 사장이 최근 방송문화진흥회 업무보고에서 “지상파는 중간광고가 불가능해 종편과 비교해 차별적 규제를 받고 있다”며 중간광고 도입 필요성을 들었다.
하지만 이효성 전 위원장은 5월 지상파3사 사장들과 간담회에서 “중간광고 도입이 경영악화를 막을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에 한상혁 후보자가 새로 지명되면서 새 방통위원장체제가 들어서면 다시 한번 중간광고 도입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