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규 한진중공업 사장이 필리핀 수빅조선소 덕분에 눈부신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수빅조선소의 저렴한 인건비와 넓은 도크 덕분이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소재 수빅조선소가 지난 4월 국내조선업체들의 전체수주량에 맞먹는 수주량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가 수주에 강한 이유  
▲ 안진규 한진중공업 사장
국제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포트가 발표한 4월 한국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은 53만3275 CGT(표준환산톤수)로 세계 선박 발주량 173만9838CGT의 30.7%를 차지했다.

한국조선업체들은 올해 1월~4월 353만CGT를 수주해 일본의 177만CGT, 중국의 171만CGT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72%수준이다.

클락슨리포트 국가별 순위에 필리핀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한진중공업은 4월에만 수빅조선소에서 1만1천TEU급 컨테이너선 6척, 2만6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3척 등 모두 51만CGT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주목표치의 3분의 2를 달성했는데 금액으로 따지면 1조1천억 원 규모다.

수빅조선소의 수주실적은 세계적 조선업계 불황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올해 세계 선박발주량은 815만CGT로 지난해 1955만CGT의 41.7% 수준이다. 발주감소로 세계 수준잔량도 10년 만에 5천 척 이하로 떨어졌다.

안진규 사장이 이런 불경기속에서도 한진중공업의 수주를 늘린 이유는 수빅조선소의 인건비가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대형도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빅조선소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노동자의 월급은 30만 원 수준으로 국내 조선소 노동자 월급의 10분의 1이하, 중국 노동자의 3분의 1 수준이다.

필리핀 근로자들의 기술수준은 숙련된 한국 노동자의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비조선소 2만5천 명의 근로자 가운데 한국인은 400명 수준이고 나머지는 필리핀 현지인력이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소는 전체비용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평균 25% 정도를 차지하지만 수빅조선소는 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도 법인세를 7년 동안 면제해주고 조선소부지 임대료도 50년 동안 월 1만1천 달러 수준으로 책정하는 등 혜택을 주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09년부터 수빅조선소를 운영한 이후 수빅조선소의 경우 지난해까지 매년 흑자를 보고 있다.

수빅조선소가 보유하고 있는 길이 550m, 폭 135m의 초대형도크도 수빅조선소의 자랑이다. 이 도크 덕분에 수빅조선소는 2만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컨테이너선은 커질수록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최근 선사들간 가격경쟁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수빅조선소의 초대형도크는 선사들의 입맛에 맞는 요소다.

안진규 사장은 대형선은 수빅조선소에서 만들고 고난이도의 특수선은 영도조선소에서 만든다는 투트랙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