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시설 투자를 크게 줄이는 대신 내년부터 최신 반도체 공정기술을 앞세워 공격적 생산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했던 삼성전자 반도체의 '진짜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 발전에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반도체 투자전략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반도체공장에 증설투자를 아예 벌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삼성전자가 중국과 평택 반도체공장의 가동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기면서 투자 규모도 대폭 늘리는 공격적 수준의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020년부터 반도체 수요 회복으로 공급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D램과 낸드플래시에 모두 투자를 크게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익성 악화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일이 다급해진 점도 내년부터 투자를 앞당기고 규모를 늘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에 활용하는 주력 공정기술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메모리 등 경쟁사에 대부분 따라잡히고 있는 상황이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가 현재 최신 공정인 2세대 10나노급 D램 미세공정과 5세대 3D낸드를 중심으로 생산 투자를 확대해도 경쟁사와 비교해 좋은 성과를 볼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
결국 삼성전자가 경쟁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의 양산 기술을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21일 세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급 D램 미세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뒤 2020년부터 평택에서 안정적 양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0일 주주총회에서 6세대 3D낸드 공정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6세대 3D낸드도 올해 개발을 마친 뒤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평택과 중국 시안의 새 반도체공장도 내년에 완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새 공정 기술을 중심으로 반도체 투자를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시설 투자를 내년으로 늦춘 것은 실적 반등에 효과적 전략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축소가 공급과잉을 완화해 업황 개선을 이끌 가능성이 높고 내년부터 새 공정기술을 중심으로 공격적 투자를 벌일 자금 여력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의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라고 말한 점이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전략 변화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사들보다 먼저 개발한 최신 공정을 중심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해 생산 비중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면 반도체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시안(왼쪽)과 경기 평택시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
삼성전자의 D램 미세공정과 3D낸드 기술은 모두 반도체 성능 향상과 원가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반도체업황 침체기가 이어지더라도 삼성전자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사 확보와 반도체사업 수익성 유지에 모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을 직접 방문하고 경영진들에 직접 사업전략도 지시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효과가 본격화되면 이 부회장이 강조한 '진짜 실력'을 시장에 증명할 수 있는 기회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 새 반도체공장의 가동 시기는 시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3세대 10나노급 D램을 포함한 여러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