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75%로 내렸다.
이에 따라 11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할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협의체를 통해 저소득층의 가계대출 부담을 줄이고 금융기관의 대출심사관행 개선을 유도하려 한다.
◆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급증 우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연 2.00%에서 1.75%로 내렸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지난해 말 기준 1089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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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도 늘어나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우리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해 정부와 함께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566조 원이다. 올해 1월보다 3조7천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번 증가폭은 매달 가계대출 총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이 가운데 413조6천억 원으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1월보다 4조2천억 원이나 대출 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가 겹치면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정부도 지난해 8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완화했다. 그뒤 지난해 4분기에만 가계부채가 29조8천억 원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림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가중평균금리도 기존 3.33%에서 3%대 초반으로 떨어진다. 1억 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1년에 약 75만 원의 이자가 줄어드는 셈이다. 그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많이 쌓일 경우 오히려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소득에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재정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이면서 오히려 내수회복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중인데 금리가 인하돼 부채의 덫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금융기관과 소통해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지 않도록 일시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와 금융기관, 가계부채 대책 협의체 구성
기획재정부는 한국은행 등 다른 정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협의체를 구성해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상환능력 등 여러 관점에서 해결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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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최 부총리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11일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였다. 임 내정자가 취임한 이후 가계부채협의체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협의체는 저소득층 맞춤형 가계빚 대책 등 미시적 부분의 분석과 관리를 주로 맡는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 없는 대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이 스스로 고객의 대출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하도록 만들어 가계대출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의 경우 전반적으로 괜찮으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도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상환능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을 위한 계층별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장기적으로 가계대출구조를 현재의 단기 변동금리 일시불상환에서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규모가 커질 경우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며 관리도 어려울 수 있다”며 “취약계층에게 빚을 탕감하는 등 갑자기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될 상황이 오지 않도록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