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 회사의 노동조합 격인 노동자협의회의 저항에 부딪혀 아직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최근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3년치 임금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등 회사 측에 압박을 높이고 있다. 김원극 위원장은 무기한 단식투쟁까지 들어갔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며 올해까지 인력을 최대 40%(5600명)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직원 수가 1만3900여 명이었으니 8300명까지 감축하겠다는 얘기다.
당시 감원 규모를 수주목표 달성률에 따라 조절하겠다는 조건을 달긴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남 사장은 올해 초 82억 달러의 신규수주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현재까지 확보한 수주는 36억 달러 정도다. 46억 달러가 모자란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수주 목표 달성 여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 주문이 확정되지 않아 수주잔고에 잡히지 않았지만 삼성중공업은 6월 현대상선으로부터 2만3천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의 건조계약 의향서를 체결했다. 1만8500TEU급 컨테이선이 보통 척당 1억4500달러 정도하니 최소한 7억 달러 이상의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에 불황이 닥치기 전인 2012년에도 삼성중공업이 한해 따낸 수주 규모가 96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4개월 동안 40억 달러에 이르는 수주량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자구계획안이 아니더라도 남 사장이 삼성중공업의 고정비를 줄이려면 인력 감축은 피하기 어렵다. 남 사장은 지난해 말 박대영 전 사장이 경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취임한 만큼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어깨가 무겁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 적자폭이 커지면서 3분기째 영업손실을 봤다.
8월에만 LNG운반선 4척을 주문 받는 등 수주 소식이 다시 들려오고는 있지만 그동안 불황이 워낙 깊었던 만큼 이제 바닥을 지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와중에 선반 건조에 쓰이는 후판가격이 오르면서 원자재 부담도 커졌다.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중공업 직원 수가 1만163명인데 이대로라면 1900명에 이르는 인원을 추가로 내보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남 사장은 상황 타개를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휴직을 제안했지만 노동자협의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노동자협의회는 노동자의 희생으로 회사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기본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회사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금 반납과 연월차 소진, 3년 동안 3500여 명의 희망퇴직 등에 다각적으로 협조했더니 회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제안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식으로 노조를 결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일반 노조와는 달리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가운데 노사 협의에 따라 교섭권만을 인정받고 있는데 법적 권리를 확보해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금속노조와 노조 결성과 관련한 얘기를 계속해오는 등 준비는 예전부터 되어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회사 측과 타결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노조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