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확정한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후부가 지난 3월 첫 발표한 보조금 지급 기준이 사실상 국산차 업체에만 유리하고 수입차 업체엔 불리하다는 비판이 일자, 거의 새로운 지급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확정한 지급 기준이 국내 생산과 고용이 없는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에 유리하도록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부 전기차 보조금 기준 변경에도 논란, 국내 생산·고용 없는 '테슬라 살리기냐' 비판

▲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3일 확정한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전기차 보조금 지금 기준)을 놓고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에 유리하도록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4일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바뀐 평가 기준을 보면 ‘테슬라 눈치보기’ 기준인 것이 명확하다”며 “테슬라를 살리기 위한 우회 조항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을 지난 13일 수정해 확정했다. 새 기준은 7월1일부터 시행되며,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지 못한 제조사가 판매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기후부는 기존 기준에서 일부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보완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보완이 아니라 거의 새로운 기준을 내놓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월 발표된 기준에 대해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수입차 죽이기’라는 비판이 나온 것에 기후부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바뀐 평가 기준이 기존과 비교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테슬라에 유독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평가 기준은 테슬라 통과, 중국 전기차 브랜드 탈락이라는 결과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구조”라며 “국민이 공감하는 보조금 지급 기준이 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기준에서는 100점 만점에 가·감점 20점이 가능했고, 최소 80점 이상을 받아야 기준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번 기준에서는 100점 만점에 최소 60점 이상을 받으면 통과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문턱을 대폭 낮췄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바뀐 기준을 적용해도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로 선정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는 95점 이상, KG모빌리티(KGM)는 80점 안팎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부 전기차 보조금 기준 변경에도 논란, 국내 생산·고용 없는 '테슬라 살리기냐' 비판

▲ 테슬라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테슬라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 도요타 등도 60점 초반대에서 70점 중반대 사이의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폴스타코리아는 60점 경계에 위치해 탈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BYD(비야디)코리아와 지커코리아는 바뀐 기준으로도 60점 통과 못 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 모두 40점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평가 기준과 바뀐 평가 기준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것은 테슬라코리아다. 기존 평가 기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테슬라코리아가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뀐 기준대로라면 테슬라코리아는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

이번 기준에서 공급망 기여도 항목을 보면 전기차 생산을 위해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산설비 현황에 따라 배점이 나뉜다. 국내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면 10점, 국내 생산설비가 없으면 3점을 받는다.

다만 지방주도형 투자·일자리 정책 이행으로 지역 산업 기반 구축에 기여한 기업에 대해서는 10점 만점을 부여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기존에는 지방주도형 투자·일자리 정책 이행으로 지역 산업 기반 구축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 가점 5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고용 창출’ 문구가 빠지고, 국내에 전기차 생산 시설이 없어도 생산과 공급 역량 항목에서 10점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테슬라코리아는 동탄 서비스센터에서 재제조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이 교수는 “바뀐 평가 기준을 적용해도 테슬라가 60점을 못 넘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기후부가 예외 조건 등을 열어두면서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전기차 보조금 평가 기준을 놓고, 정부가 곧 도입할 예정인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국가전략기술 산업 제품을 국내 생산·판매하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최대 30%까지 공제해주는 세제지원 제도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한국판 IRA'로도 불린다. 

자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 세금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 계획으로 인해 국내 전기차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이 없는 수입 전기차 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세계적으로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 정부는 수입 전기차에 유리하게 기준을 변경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테슬라가 국내 생산설비 투자뿐 아니라 고용창출에서도 국내 거의 기여하는 게 없는데, 세금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하는 게 맞냐”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