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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을 언제쯤 흑자로 돌려세울까?
현대상선이 해운업 불황 속에 여전히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해운회사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이나 팬오션은 흑자로 돌아섰다.
현정은 회장에게 현대상선의 의미는 각별하다. 현대상선은 예전부터 현대그룹의 주력회사다.
더욱이 현대그룹 구조조정 와중에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현대그룹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 됐다.
현 회장은 애초 약속했던 현대상선 구조조정안을 거의 모두 이행했다. 또 인적쇄신을 대대적으로 끝냈다. 해운업이 어려운 가운데도 컨테이너 선박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흑자로 돌아서야 현 회장의 이런 노력이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해운회사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인 현대상선
현대상선은 3분기 누적 매출 5조543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했다.
하지만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16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51억 원과 비교해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현대상선은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764%로 지난해 말 1397%에서 크게 개선됐다.
현대상선은 국내 해운회사 빅3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의 경우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290억, 77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진해운은 3분기까지 누적매출 6조4482억 원, 영업이익 274억 원을 기록했다.
해운업계 3위인 팬오션은 법정관리중인데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각각 450억, 645억, 41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1892억 원, 영업이익은 1567억 원에 이르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매출의 75%를 차지한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이 거느린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모태회사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현대상선이 흑자로 전환돼야 현정은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현대그룹 구조조정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 현대상선 내년 흑자전환 기대감 높아져
현대상선은 주력은 컨테이너 선박이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매출의 65%를 낸다.
컨테이너시장이 4분기에 비수기로 접어들어 현대상선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컨테이너 부문 성수기는 6~10월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시장이 개선되고 있지만 현대상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실적 개선에 제한적인데 반해 주력 부문인 컨테이너시장의 상황이 여전히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거둔 매출에서 컨테이너 선박이 차지한 비중은 62.1%, 벌크선은 22.4%였다.
하지만 내년에 현대상선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하락의 영향이 나타나고 물동량도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연료비가 크게 줄어들어 현대상선의 내년 영업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류 소비단가가 시장가격에 두 달 가량 후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하락 수혜는 올 4분기에 시작해 내년에 본격화할 것"이라며 "유가가 영업비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선사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운업체 수익성 개선의 핵심인 물동량도 내년에 올해보다 2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양수산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컨테이너 해운사들의 내년 아시아~미주항로 물동량은 올해와 비교해 5.5%, 아시아~유럽항로 물동량은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성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해운사들이 적극적인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재무적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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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동 현대상선 대표이사(왼쪽)와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
◆ 현정은, 현대상선 흑자전환을 위한 노력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을 흑자로 돌려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현 회장은 무엇보다 인적쇄신을 계속해 왔다.
현 회장은 3월 미주본부장인 이석동(59) 전무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이 사장은 1983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줄곧 컨테이너 영업을 담당한 영업통으로 컨테이너사업부문장, 미주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어 지난 9월 이백훈(58)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각자대표체제로 바꿨다. 현 회장은 영업통인 이석동 사장이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대외부문을 맡겼고 이백훈 사장은 경영관리와 영업을 맡겼다.
현 회장은 또 그동안 공석이던 재무총괄책임자(CFO)와 재무 1팀장에 문동일 현대엘리베이터 전무와 김한수 현대로지스틱스 상무를 각각 선임하는 등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인사를 했다.
현 회장은 이 과정에서 그동안 현대상선에 몸 담았던 임원진 7명에 대해 적자경영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현 회장은 불황과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도입했다.
현대상선은 올해에만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5척을 도입해 기존 5척과 함께 총 1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용한다.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은 동시에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가 1만3100개에 이른다.
현대상선은 이런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5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현대상선이 소속된 세계 해운동맹인 G6 얼라이언스 협력 항로 가운데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또 글로벌 네트워크를 대서양과 중미와 남미까지 확장한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3조3천억 원의 자구안도 현재까지 92% 수준을 달성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22일 2380억 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는데 이를 성공하면 자구안의 99%에 이르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