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초 선보이는 프리미엄 TV 신제품 가운데 65인치 이상 초대형 TV 라인업을 주력상품으로 앞세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TV 판매량이 급감하며 부진한 실적을 내자 수익성 중심의 경영기조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의 TV 대형화 전략에 맞서 65인치 이상 올레드TV의 생산비중을 늘리며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65인치 이상의 대형 TV 라인업과 출하량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TV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대형 LCD패널 재고확보에 적극 나서며 디스플레이업계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LG디스플레이의 패널도 사상 처음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LED인사이드는 홈페이지에 분석자료를 내고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당초 40인치 LCD패널을 공급받으려 했지만 내년부터 초대형 TV의 판매가 급증할 것을 예상해 계획을 바꿨다”며 “65인치와 75인치 패널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LG디스플레이와 대형 LCD패널 공급가능성을 논의해왔다.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 중심으로 생산시설을 전환하며 새 공급업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65인치와 75인치 대형패널에 주문이 집중되는 것은 최근 삼성전자가 TV사업 부진에 대응해 수익성 중심의 경영기조를 더 강화하는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3% 급감하며 부진한 성적을 낼 것”이라며 “내년부터 물량보다 수익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LG전자와 소니 등의 올레드TV가 올해 프리미엄 TV시장에서 강력한 인기를 끌며 QLEDTV 등 고가 LCDTV 라인업의 흥행에 고전해왔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TV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5.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 TV사업 영업이익률이 올해 사상 최대인 10% 안팎을 달성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해 65인치와 75인치, 82인치 등 초대형 LCDTV 출시를 적극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형 TV의 수요증가 추세에 맞춰 프리미엄 TV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판매된 LCDTV 평균크기는 지난해 40인치 안팎에 그쳤는데 내년 말에는 45인치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화 추세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LCD패널 평균가격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가 TV사업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주력상품인 올레드TV를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들에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LCDTV보다 앞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초대형 TV의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올레드는 기술적 특성상 아직 대형패널의 양산과 수율확보 등에 LCD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LG전자 77인치 올레드TV는 초고가의 ‘시그니처’ 라인업으로만 출시되며 가격이 2천만 원을 넘는다. 삼성전자 82인치 LCDTV가 500만 원 안팎의 가격부터 판매되는 것과 상반된다.
올레드TV가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잡기도 전에 소비자의 수요가 초대형 TV로 이동할 경우 프리미엄 TV시장의 주도권은 다시 삼성전자 등 LCDTV에 집중하는 업체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사장(왼쪽)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LG전자는 아직 55인치 올레드TV를 주력으로 앞세우고 있는데 내년에는 65인치 제품 비중을 대폭 늘리고 가격도 LCDTV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낮춰 내놓는 전략을 쓰며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의 65인치 올레드패널 생산수율이 최근 눈에 띄게 개선되며 출하량도 내년 LG전자의 올레드TV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그동안 35% 정도에 그치던 LG디스플레이의 65인치 올레드패널 생산비중이 11월부터 5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중장기적으로 70인치와 80인치대 TV의 수요증가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초대형 올레드패널의 수율확보와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LG전자도 현재 LCDTV에는 최대 98인치에 이르는 초대형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TV를 올레드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꾸준히 강조하는 만큼 올레드TV의 대형화는 중요한 과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