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인공지능(AI)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자회사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 사장은 SK그룹의 인공지능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SK C&C부문과 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말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탑재한 ‘비티비 누구(Btv NUGU)’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2016년 9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출시했고 올해 8월 이동형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미니’를 내놓았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는데 셋톱박스가 세 번째 인공지능 적용기기가 됐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비티비 누구’를 개발하기 위해 1년 가까이 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플래닛과도 인공지능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SK플래닛이 운영하고 있는 커머스 플랫폼인 11번가는 현재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해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인공지능을 시험하면서 동시에 기술을 활용한 유통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지주사 SK와도 인공지능사업에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C&C부문에서 독자적으로 인공지능사업을 하고 있다. SK C&C부문은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을 활용해 9월 한국어 기반의 인공지능 플랫폼 ‘에이브릴’ 서비스를 내놓았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주로 B2C(기업대개인)에서 활용되는 반면 에이브릴은 B2B(기업간거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는 현재 100여 개 이상의 기업에 에이브릴 서비스를 도입했고 에이브릴을 탑재한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에이브릴 개발을 주도했던 안정옥 SK C&C부문 사업대표 사장이 최근 SK그룹 연말인사에서 승진한 만큼 SK의 인공지능사업은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 SK텔레콤의 누구와 SK의 에이브릴로 이원화된 SK그룹의 인공지능사업이 일원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딥러닝을 통한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특성상 하나의 플랫폼만 개발해 모든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자체개발한 누구는 아직 IBM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에이브릴의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문진 SK C&C부문 에이브릴 사업본부장은 11월 SK텔레콤과 인공지능사업 협력방향을 놓고 “SK텔레콤은 원천기술연구에 특화돼 있고 우리는 왓슨을 활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응용기술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접근 방법에서 보완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동통신박람회 ‘MWC 2017’에서 왓슨과 누구를 연동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누구와 왓슨을 완벽하게 연동하면 SK그룹의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정호 사장도 올해 초 "SK텔레콤 혼자만의 힘이 아닌 개방과 협력을 통해 진정한 뉴 ICT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사업에서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박 사장은 SKC&C 사장으로 있을 때 안정옥 사장과 호흡을 맞췄던 만큼 SK텔레콤과 SK는 인공지능분야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자체기술로 인공지능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SK와 협력을 강화해 그룹의 인공지능 역량을 한 데 모음으로써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